중국 '특허소송'으로 마이크론에 추가 압박,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불안

▲ YMTC가 마이크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은 미국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YMTC 3D낸드 반도체 이미지.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YMTC가 미국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마이크론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를 중심으로 중국 정부의 자급체제 구축 노력에 속도가 붙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13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YMTC는 마이크론이 자사의 기술 특허 8건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들어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기업이 공식적으로 미국 반도체기업을 향한 반격에 나선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규제 영향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들어 중국 정부 차원의 무역보복 조치에 계속해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5월에 마이크론이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도체 제품을 일부 중국 고객사에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YMTC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반도체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에 마이크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에도 정부의 뜻이 반영되었을 공산이 크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YMTC는 이번 조치가 중국 반도체기업을 3D낸드 시장에서 몰아내려는 마이크론의 시도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YMTC가 고사양 낸드플래시에 쓰이는 3D낸드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현재 YMTC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키오시아와 마이크론 등 상위 기업에 밀려 한자릿수 초반대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32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해 샤오미 등 고객사에 공급하면서 주요 반도체기업의 기술력을 거의 따라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론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중국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에 명분을 쌓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이를 근거로 마이크론의 중국 내 반도체 제품 판매를 추가로 규제하는 등 압박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YMTC는 중국 정부가 설립한 반도체 지원 펀드에서 올해만 70억 달러(약 9조2천억 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받아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 펀드는 최근 D램 전문업체인 창신신차오메모리에도 7조 원 가까운 보조금을 들였다.

기술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스템반도체보다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을 우선적으로 육성해 자급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다.

자연히 마이크론뿐 아니라 중국시장에 메모리반도체 매출을 크게 의존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불안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특허소송'으로 마이크론에 추가 압박,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불안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에 처음 반도체 판매 규제를 적용했을 때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당 물량을 대체해 공급하며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근 현지 D램 및 낸드플래시 전문기업이 정부에서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물량은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충분한 자급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면 자연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도 마이크론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자국 기업들이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물량을 대체한다면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타임스는 YMTC의 특허침해 소송이 마이크론과 미국 정부를 향한 보복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마이크론이 2017년 미국에서 중국 D램업체 푸젠진화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뒤 약 1년 만에 미국 상무부가 푸젠진화에 수출규제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도 YMTC의 특허침해 소송을 계기로 마이크론에 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YMTC의 소송 제기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우수한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혁신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능력 등 한계를 고려한다면 중국이 당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에 의존을 높이는 일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