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훈풍에 돌아온 외국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10월 한 달 동안 반도체주에서 등을 돌렸던 외국인투자자들이 되돌아오면서 주가 반등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 바로미터로 인식될 엔비디아의 성적표가 외국인 자금 추가 유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 외국인 U턴, '매수 강도' 열쇠 엔비디아 실적 주목

▲ 최근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업종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본사.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6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장중 7만 원 위로 오르는 등 7만 원 선 근처에서 오고 가고 있다. 10월 말 6만6천 원 대에서 3천 원 가량 올랐다. 

또 다른 반도체 대표주 SK하이닉스 주가도 최근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12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장중 LG에너지에너지솔루션을 추월하면서 시가총액 2위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외국인투자자가 반도체주 종목을 사들이면서 강세를 이끌고 있다. 11월 이날까지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2893억 원어치, SK하이닉스를 각각 189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 순매수상위 종목 1, 2위를 각각 기록했다. 

반도체는 외국인투자자가 꾸준히 순매수를 이어온 업종이다. 

올해 초 49.67%를 기록하면서 50%를 밑돌았던 외국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이날 기준 53.11%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국내증시에서 주식을 순매도했던 6~9월 동안에도 삼성전자는 대체로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비중을 늘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 외국인 U턴, '매수 강도' 열쇠 엔비디아 실적 주목

▲ 삼성전자 외국인투자자 월별 순매수 규모.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1월 초 49.71%를 기록했던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은 이날 기준 52.08%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10월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외국인투자자는 한 달 동안 삼성전자 주식 5747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3분기 실적시즌이 진행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올해 첫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3분기 D램 부문에서 흑자 전환하면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최근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와 비메모리 반도체기업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시장 기대치를 넘는 3분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시즌을 지나면서 이익에 대한 눈높이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업종별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와 건강관리 업종의 이익 전망치 상향폭이 크다”고 봤다. 

최근 외국인투자자는 국내증시에서 점차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2차전지 등 테마주 열풍이 꺼지면서 국내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을 떠남에 따라 외국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자들은 2차전지를 제외할 경우 2023년 3월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매수 또는 중립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외국인 보유비중은 31.65%까지 상승하면서 2022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 보유 비중은 11월1일 32.83%까지 오르면서 2022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새로 썼다. 

거래대금 기준으로도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하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졌다. 7월 코스피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56.21%에 이르는 등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10월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27일 기준 44.67%까지 내렸다. 

외국인투자자가 대형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큰 만큼 반도체 업종이 특히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순매도세가 이어졌던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다시 국내 증시로 유입된 점은 향후 국내 증시가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을 보여줄 수 있는 신호로 인식된다”며 “10월 반도체 수출 지표에서 보이듯 반도체 업황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투자자들은 중요 이벤트인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21일 이뤄질 예정이다.

AI(인공지능)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미국 반도체 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분기에는 엔비디아의 호실적에 반응해 국내 반도체주 주가가 일제히 상승랠리를 펼치기도 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