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피 흐르는 KB금융 윤종규, 여유 넘쳤던 '아름다운 이별' 간담회

▲ 윤종규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제 친구는 가끔 ‘네 몸에는 빨간 피가 아니고 노란 피가 흐르는 거 아니야?’며 농담을 하고 놀린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에서 “회장 취임 이후 9년 동안 노란색 이외의 넥타이를 매본 적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회장은 이날 역시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양복 상의 왼쪽 깃 위의 노란색 KB 뱃지도 여전했다.

CI(기업이미지)와 색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매기 시작한 노란색 넥타이를 통해 KB금융을 향한 애정을 보여준 셈인데 이날 기자간담회장 역시 KB금융의 상징인 '노란색'으로 가득했다.

행사장 위치와 와이파이 비밀번호 등을 안내하는 각종 표지판뿐 아니라 윤 회장이 간담회 도중 사용할 연습장, 볼펜, 텀블러까지 모두 노란색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처럼 애정을 품은 KB금융과 이별을 2달 가량 앞두고 마련된 이날 간담회장에서 떠나는 자의 아쉬움을 윤 회장에게서 찾기란 쉽지 않았다.

아쉬움의 자리는 KB금융을 리딩금융그룹으로 키워낸 자부심과 후배 경영인과 KB금융 임직원을 향한 믿음을 지닌 윤 회장의 여유가 대신했다.

윤 회장은 이날 1시간 반 가량 진행된 간담회를 대본 없이 혼자 이끌었다. 5분 남짓한 모두발언과 사회를 맡은 김진영 KB금융지주 전무가 사전질문지 가운데 뽑은 공통질문에 20분가량을 대답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한 시간가량은 직접 기자들 앞에 서서 질문에 답변했다.
 
노란 피 흐르는 KB금융 윤종규, 여유 넘쳤던 '아름다운 이별' 간담회

▲ 윤종규 회장 책상. 노란색 볼펜, 연습장, 텀블러가 놓여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 회장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10여 개 질문을 받았는데 날카로운 질문에도 가벼운 농담과 비유로 시종일관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포병 출신이기 때문에 참호가 익숙하지가 않다.“ (금융지주가 사외이사를 앞세워 참호를 구축하고 폐쇄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지적에)

“정말 의외였나요?” (용퇴를 예상 못한 이들도 많은데 언제 용퇴를 결심했는지 묻는 질문에)

“저도 은행장을 한 적이 없습니다.” (양종희 내정자가 은행장을 한 적 없다는 지적에 자신도 회장에 오르기 전 은행장 경험이 없다고 말하며)

“이런 질문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죠.” (금융권에서는 언제나 관치 논란이 이는데 정부와 금융사의 바람직한 관계설정을 묻는 질문에)

“M&A(인수합병)이라는 게 결혼하고 비슷하지 않나요? 한 번 선택한 뒤에 후회하면 안 되죠.” (가장 기억에 남는 인수합병과 아쉬웠던 매물을 묻는 질문에)

윤 회장은 간담회 중간 질문을 하려는 기자에게 마이크를 직접 전달하고 여기서 간담회를 마치겠다는 사회자의 말을 끊고 추가 질문을 더 받기도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KB금융을 향한 애정 어린 당부를 할 때도 농담을 잃지 않았다.

윤 회장은 “CEO에서 물러나더라도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버리지 말고 가끔 연락달라”며 “앞으로도 KB금융이 더욱 발전하고 한국 금융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날 간담회 내내 KB금융을 정상화로 이끌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양종희 내정자에게 어떤 당부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쇼트트랙 경기를 예로 들어 이렇게 대답했다.

“양종희 내정자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경영이라는 게 계주 경기하고 똑같다. 제가 인수를 받았을 때를 생각하면, 쇼트트랙 경기를 보다 보면 가끔 열심히 달렸는데 실수로 넘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어쩌면 그런 상황인지도 모른다고.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해서 한참 뒤처져 있던 걸 이제 좀 앞서는 정도에서 배턴 터치를 한다. 양종희 내정자께서는 좀 더 속도를 내셔서 한 바퀴 더 앞서가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윤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행사장을 찾은 100여 명의 기자들과 일일이 주먹을 대며 인사를 나눴다.

그제서야 KB금융을 떠난다는 아쉬움이 조금씩 새어나오는 듯했다. 이한재 기자
 
노란 피 흐르는 KB금융 윤종규, 여유 넘쳤던 '아름다운 이별' 간담회

▲ 윤종규 회장이 25일 기자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웃으며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