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윤종규 “9년간 가장 잘한 일은 리딩금융, 글로벌 경쟁력은 아쉬워”

윤종규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CEO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9년 동안 KB금융을 이끌며 가장 잘한 일로 KB금융을 단단한 리딩금융그룹으로 키운 점을 꼽았다. 아쉬운 점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들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각 금융사마다 놓인 상황이 다른 만큼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식을 찾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윤종규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지하1층 다목적홀에서 ‘CEO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11월 윤 회장의 퇴임을 앞두고 그동안 KB금융을 이끈 소회 등을 밝히기 위해 마련됐다.

윤 회장은 지난 9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리딩금융그룹이 됐다는 점’을 내세웠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회장으로 취임한 뒤 임기 첫 3년은 직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아 KB국민은행부터 리딩뱅크로 돌아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두 번째 임기 3년은 KB금융을 부동의 리딩금융그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많은 분들 덕분에 리딩금융그룹이 됐다는 점을 가장 보람된 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KB금융만 그렇게 된 게 아니고 국내 금융산업 전체가 수익성 부분에서 코로나 이후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튼실한 금융회사들가 됐다”며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으로서 역할을 한 점에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점으로는 KB금융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꼽았다.

윤 회장은 “KB금융이 리딩금융이라고 하지만 세계순위를 보면 60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적어도 20위권에는 들어야 하는데 굉장히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및 금융계 전반의 노력도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은행업은 자본 비즈니스로 자본이 없으면 자산을 늘릴 수가 없는데 우리가 자본 규모로 20위권에 안에 들기 위해서는 자본을 최소 2.5배 이상 늘려야 한다”며 “이게 개별회사 차원에서 노력해서 가능한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CEO의 장기적 안목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윤 회장은 “해외 경쟁력 격차를 단기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현실적으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차근차근 접근해야 하는데 3년, 6년마다 CEO가 바뀌는 상황에서 장기적 투자가 가능할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고 말했다.

경영승계와 관련해서는 모범적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힘썼다며 금융사 각자의 상황에 맞는 지배구조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윤 회장은 “많은 분들이 지배구조가 정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획일화 또는 통일화를 하려는 유혹이 있는데 각 회사의 처한 상황, 업종의 특성, 문화적 차이 이런 것 때문에 획일적 방법은 쉽지 않다”며 “각자의 체질에 맞는 방법을 개발하고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KB금융 역시 현재 지배구조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계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언제 용퇴할 마음을 먹었냐는 질문에는 “진퇴는 미리 결정해두고 그 상황이 되면 시행해야지 그때 가서 결정하면 흔들리게 돼 있다”며 3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대답했다.
 
KB금융 윤종규 “9년간 가장 잘한 일은 리딩금융, 글로벌 경쟁력은 아쉬워”

윤종규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CEO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회장은 “마지막 임기 3년은 KB그룹이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다시는 흔들리지 않도록 탄탄한 경영승계 절차를 구축하고자 했다”며 “3연임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서는 잘하는 부분과 부끄러운 부분이 동시에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금융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경제에 어려움이 왔을 때 실물의 위기가 번지지 않도록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 부분은 안도감 있게 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외에도 다양성, 평등, 공정, 포용성 등의 부분에서 많은 과제가 있는데 다문화, 장애인 이런 측면에서 아직 부끄러운 부분이 있어 차근차근 해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윤 회장은 “금융권 내부통제가 계속 일어나는 점 부끄러운 일이다”며 “내가 사과해야 할 일인데 양종희 내정자가 먼저 사과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는 내부 시스템 정비와 임직원 윤리의식 강화 등을 들었다.

윤 회장은 KB금융을 향한 지속적 애정을 당부하며 남은 임기 인수인계에 집중할 뜻을 보였다.

그는 “KB는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터였고 삶의 일부였다”며 “이제 임기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새 양종희 회장 내정자가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