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이온클라이밋 도입 간담회,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주총 안건으로"

▲ 김성주의원실과 경제개혁연구소가 21일 공동개최한 ‘기후위험 대비를 위한 세이온클라이밋 도입방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앞 왼쪽부터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창민 한양대 교수,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을 대상으로 세이 온 클라이밋(say on climate)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의 기업들도 속속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책위 수석부의장, 국회ESG포럼 공동대표)은 21일 열린 ‘기후위험 대비를 위한 세이온클라이밋 도입방안’ 간담회 축사를 통해 “이 자리에서 논의된 고견들을 반영해 국회 차원에서 입법 발의로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주의원실과 경제개혁연구소가 공동개최한 이 간담회에는 학자, 기관투자자, 의결권자문사, 기후단체, 기업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해 한국 기업들에 ‘세이온클라이밋’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세이온클라이밋’이란 기업이 기후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수립하고 이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주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를 뜻한다.

영국의 어린이투자펀드(TCI) 제안으로 스페인 항송사 아에나(Aena)가 최초로 2020년 받아들인 이래 2021년 캐나다 국영철도회사(CN)이, 2022년 스위스 기반 글로벌금융사 UBS와 프랑스 전력가스회사 엔지(Engie)이 세이온클라이밋을 도입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21, 2021년 정기주총을 기준으로 영국, 미국 등 11개 시장에서 55개 기업이 이사회 안건으로 세이온클라이밋 표결을 진행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세이온클라이밋을 도입하는 배경에는 기업의 기후 관련 책임과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국제 흐름이 있다.

김 의원은 “유럽연합은 2022년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확정하고 2024년 회계연도부터 기업 규모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는 올 하반기 안에 상장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며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또한 지난 6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ESG 보고서 공시 표준을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발제를 맡은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세이온클라이밋 제도를 한국에서 도입할 경우 긍정적인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국내외 투자자의 질의와 관여 활동이 날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이온클라이밋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기업과 투자자, 기타 이해관계자들에게 훨씬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기후정보 공개가 투자자가 기업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데에 필요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세이온클라이밋은 실효성 있는 기후정보 공개를 형식적·절차적으로 보장하는 수단”이라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세이온클라이밋은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 기후변화 대응 계획, 전환 전략, 감축 목표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권고적 표결 형태로 주주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심의를 받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로 이 위원은 ‘세이온페이(Say on pay)’를 들었다. 미국, 영국, 호주에서 법률로 의무화한 이 제도는 임원 보수에 관한 주주의 심의 및 의견 진술을 보장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등기임원 보수에 대한 공시 강화와 주주총회에서의 설명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 위원은 “프랑스, 스위스와 같이 제도적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상장회사에 세이온클라이밋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에서 주주제안은 법률과 정관이 주주총회 승인사항으로 정한 것만 가능한 것이 현실”이기에 “주주제안을 통해 세이온클라이밋을 도입하거나 회사가 자발적으로 도입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올해 하원의원에서 세이온클라이밋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가결된 프랑스에서는 10월 중 상하원 합의를 거쳐 이 법안의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프랑스 상법 개정안의 골자는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승인된 회사 이사회의 ‘기후 및 지속가능성 전략’ 수립을 의무화하고 △3년마다 또는 중대한 변경이 있을 때마다 권고적 효력을 갖는 주총 안건으로 이 전략을 상정하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는 △권고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이와 관련한 주총 표결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경제학)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세이온클라이밋의 한계와 효용이 주로 논의됐다.

한화그린히어로펀드를 운용하는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책임운용역은 “기후위험 관련 정보공개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국가)탄소중립기본계획대로라면 기후위험을 공개해도 과소평가될 여지가 높은 데다 제대로 된 탄소가격이 없다면 기후위헙이 공개된다 해도 직접적 재무 영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은 책임은 “기후투자자로서 보기에는 과학에 부합한 기후목표와 감축계획, 탄소가격제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관투자자들에 의결권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서스틴베스트의 류호정 투자솔루션팀장은 “현재는 투자자들의 투자의사에 반영할 수 있는 정도로 기후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세이온크라이밋 같은 권고적 투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불충분한 기후 공시’를 사유로 해당사의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일도 있었다. 팬오션, 일진머티리얼즈,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022년 정기주총에서 겪은 일이다.

류 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공시 관련 투자자 니즈가 높아지고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의결권 행사 지침의 기준도 매해 재정비되고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 역시 상장회사에 대한 세이온크라이밋 제도화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상장회사가 아닌 기업과 관련한 보완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고 팀장은 조언했다.

기후솔루션이 국내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 100만 톤 이상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전체 73개 기업 중 63개사는 상장회사 또는 그 자회사 및 손자회사였다. 나머지 10개사는 주로 발전회사와 공공기관, 지자체였다. 

고 팀장은 “발전회사의 경우 주요 배출 기업(한국전력 등)과 특수관계에 기반해 설립된 기업”이라며 “이들 기업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 계획이 세워지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