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GM 배터리공장 임금 인상안 확정, 한국 배터리 3사에 부담되는 선례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노조가 사측에서 제시한 임금 인상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얼티엄셀즈 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제시한 공장 노동자 임금 인상안을 전미자동차노조(UAW)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단기적으로 파업 등 사업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중장기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3사에 인건비 리스크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로이터에 따르면 얼티엄셀즈 노조는 오하이오 전기차 배터리공장에서 조합원 투표를 거쳐 사측의 임금 인상 계획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체 1100명 가량의 유권자 가운데 찬성표는 895, 반대표는 22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은 오하이오 배터리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기초 임금을 기존 약 16달러에서 20달러까지 높이는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해당 공장에서 정식 노조로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한 전미자동차노조에서 투표를 거쳐 이러한 방안을 승인하게 된 것이다.

전미자동차노조는 현재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4년 만의 임금협상을 진행하며 파업 등 공격적인 단체행동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 계획을 제시하고 이를 노조에서 받아들임으로써 파업과 같은 사태로 공장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만은 어렵다는 시각도 힘을 얻는다. 노조 측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요구 조건을 관철시키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는 LG에너지솔루션 및 GM 합작법인과 임금협상 결과가 ‘첫 번째’ 논의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추가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얼티엄셀즈 및 모든 전기차 공장의 노동자가 기존 자동차산업과 동등하게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미국 내 첫 전기차 배터리공장인 LG에너지솔루션과 GM 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 임금 인상은 앞으로 건설될 수많은 공장의 선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당장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미국에 GM과 최소 2곳의 배터리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으며 삼성SDI와 SK온도 스텔란티스와 GM, 포드 등 기업과 합작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배터리공장 완공을 앞두고 LG에너지솔루션과 GM 오하이오 공장에서 큰 폭의 임금 인상이 결정된 만큼 이는 앞으로 다른 공장 노동자 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모두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고 가동하면서 예상보다 큰 인건비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오하이오 공장은 한국 배터리 3사와 미국 자동차기업이 공동으로 건설하는 여러 곳의 합작공장 가운데 처음 가동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선례로 주목받아 왔다.

전미자동차노조도 자연히 해당 공장의 노동자 처우가 배터리 업계 전체의 향후 상황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었다.
 
LG엔솔-GM 배터리공장 임금 인상안 확정, 한국 배터리 3사에 부담되는 선례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내부. <얼티엄셀즈>

노조 측은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노동자의 비교적 낮은 평균임금에 이어 안전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여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미국 여당인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단체로 성명을 내고 얼티엄셀즈 공장 노동자 임금 인상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GM 측이 이러한 압박을 이겨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얼티엄셀즈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전미자동차노조와 사측이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에 설립되는 다른 전기차 배터리공장에도 모두 정식 노조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빅3 자동차기업 및 얼티엄셀즈와 앞으로 이어갈 추가 협상에서는 앞으로 신설되는 모든 공장에서 전미자동차노조의 대표교섭 지위를 보장해달라는 요구사항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강성 노조로 꼽히는 전미자동차노조의 압박은 장기간 한국 배터리 3사의 미국 공장 운영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노동자 임금 인상은 현지시각으로 28일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지난해 12월부터 근무한 노동자들은 소급적용을 통해 최대 7천 달러(약 925만 원)의 일시금도 받는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성명을 내고 “얼타엄셀즈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협상을 해야 하는 사안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