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추격에 TSMC 초조, 28나노 반도체공장도 2나노로 바꾼다

▲ 대만 TSMC가 현재 건설중인 28나노 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2나노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연구개발센터.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가오슝 지역에 건설하는 28나노 반도체 생산공장을 2나노 첨단 미세공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2나노 파운드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자 TSMC가 서둘러 투자를 확대하며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대만 경제일보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11월 착공에 들어간 가오슝 반도체공장의 건설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TSMC는 당초 해당 공장에 28나노 공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28나노 대신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2나노 파운드리 공정은 TSMC가 2025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모바일 프로세서 및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도입하기로 했던 28나노 공정은 이미 상용화된 뒤 오랜 시간이 지난 기술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용 전력반도체, 센서등 성능이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제품에 주로 쓰인다.

따라서 TSMC가 28나노 생산라인을 2나노로 대체하기로 한 결정은 사업 전략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로 볼 수 있다.

가오슝시는 TSMC가 제시한 투자 변경 계획을 존중한다며 원활한 공정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지 환경당국 등 여러 관계기관과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신설할 때 들이는 시간과 비용은 28나노와 비교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생산 공정 단계가 훨씬 복잡해지는 데다 ASML의 EUV(극자외선) 장비와 같은 고가의 반도체 생산설비도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TSMC가 이런 단점을 감수하면서도 과감한 결정을 내린 데는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의 고객사 수요가 기존 예상치를 웃돌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TSMC는 대만 북부에 위치한 신주과학단지에 2나노 파운드리 생산 투자를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다. 해당 공장에서는 이미 2나노 반도체 시범 생산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경제일보에 따르면 애플과 엔비디아가 2나노 반도체 시범 생산을 진행할 첫 고객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나노 미세공정 기술은 반도체 구동 성능에 핵심인 연산 능력과 전력효율을 모두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최신 공정인 3나노와 비교해도 큰 폭의 성능 향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TSMC의 3나노 공정 물량을 올해 90% 가까이 선점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최신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다. 

엔비디아 역시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데 올해 애플에 3나노 반도체 물량 확보 기회를 빼앗긴 만큼 2나노 공정에서 이를 만회하려 할 공산이 크다.

자연히 TSMC가 2나노 반도체의 잠재 수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을 이유가 충분하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3나노에 이어 2나노 미세공정 기술에서 TSMC를 제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도 TSMC가 투자 확대를 서두르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추격에 TSMC 초조, 28나노 반도체공장도 2나노로 바꾼다

▲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엔지니어들이 3나노 미세공정 웨이퍼(반도체 원판)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에서 TSMC를 위협하는 유일한 경쟁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3나노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을 TSMC보다 약 6개월 먼저 시작하기도 했다.

TSMC는 삼성전자의 추격에도 3나노 공정으로 애플 등 주요 고객사 기반을 유지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2나노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지금과 같은 우위를 낙관하기는 어려워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파운드리 포럼을 열고 2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의 활용 계획과 대략적인 기술 사양을 고객사들에 설명했다.

2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의 연산 성능을 3나노 대비 최대 12%, 전력효율은 25% 높일 것이라는 목표를 비롯해 모바일과 슈퍼컴퓨터, 자동차 등 폭넓은 분야로 파운드리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을 처음 도입하기로 한 시기는 TSMC와 동일한 2025년이다. 자연히 어떤 기업이 먼저 2나노 기술을 상용화해 고객사 주문을 확보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속도경쟁이 예상된다.

TSMC가 28나노 반도체 생산공장을 서둘러 2나노로 전환하며 투자를 늘리는 것은 더 많은 수요에 대응할 능력을 확보해 파운드리 수주에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2나노 파운드리 기술 발전 목표가 TSMC의 투자 확대를 자극한 셈이다.

TSMC가 대만 내 여러 지역에 2나노 반도체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와 관련한 대만 내 정치권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공장에 TSMC가 3나노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면서 대만의 기술 경쟁력 약화와 반도체 전문인력 유출을 이끌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가오슝 반도체공장에 28나노 대신 2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것 이외에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른 시일에 진행되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