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한국조선해양이 실적 개선과 수주 호황이 겹치는 우호적 사업환경을 맞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인력 부족 때문이다.  

일감이 많을수록 인력 수요도 따라 늘어나게 되는 만큼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력난 해소에 이전보다 많은 비중을 두는 경영 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HD한국조선해양 일감 쌓이는데 일손 부족, 가삼현 인력난 해소 총력

▲ HD한국조선해양이 실적 개선과 수주 호황이 겹치는 우호적 사업환경을 맞았지만 가삼현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인력난 탓에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5일 HD한국조선해양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영업 흑자전환이 유력한 올해 이후에도 당초 전망치보다 수주 증가세가 가팔라 당분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에 관한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6677억 원이다. 지난해는 영업손실 3556억 원을 냈는데 올해 흑자전환이 유력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까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은 선박 가격이 낮았을 때 수주한 계약들이 계속해서 실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선업은 수주가 실적으로 반영되는 시점까지 기간이 긴 편이라 지난해 좋은 조건으로 수주잔고를 늘렸음에도 과거 저가 수주분이 남아 있어 실적은 안 좋았던 것이다. 

다만 이제 저가 수주분을 거의 털어낸 만큼 앞으로 큰 이변이 없으면 안정적 흑자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흑자기조가 안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주를 크게 늘리기 보다는 수익성 좋은 양질의 일감 위주로 선별 수주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이미 3년치 일감을 쌓아둔 터라 무리하게 수주잔고를 늘릴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목표치(195억5100만 달러)보다 낮은 157억4천만 달러로 잡은 이유도 수익성 위주로 안정적 경영기반을 닦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HD한국조선해양의 지금까지 수주 성과를 보면 애초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대규모 일감들을 쌓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7월 들어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계약만도 3조2천억 원 규모가 넘는다. 호주 우드사이드 에너지(Woodside Energy)사와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 1기, 해외 선사 3곳과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2척, 자동차운반선(PCTC) 4척,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3척 등 건조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누적 수주는 107척, 140억7500만 달러로 연간 수주 목표(157억4천만 달러)의 거의 90%에 이르렀다. 

 
HD한국조선해양 일감 쌓이는데 일손 부족, 가삼현 인력난 해소 총력

▲ 2021년 6월 HD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킹스키(King's Quay) FPU 출항 기념행사의 모습. < HD현대 > 

다만 가삼현 부회장은 실적과 수주 모두 호조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인력난 탓에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인력난은 비단 HD한국조선해양 만의 문제는 아니다. 조선업계에서는 수주가 급증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조선업이 인력난에 처한 가장 큰 이유로는 오랜 기간 지속됐던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이 꼽힌다. 

조선업은 산업 주기가 매우 긴 업종인 만큼 불황의 지속 기간도 긴 편이다. 수주 회복세를 보이기 전인 2016~2019년 불황기에 조선업계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숙련 인력은 이탈하고 신규 인력 유입은 감소하며 인력 풀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의 인력 풀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 사이 인력 채용을 둘러싼 감정 싸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체 4개 회사는 HD한국조선해양(당시 한국조선해양)이 통상적 보수 이상의 과다한 이익을 제공하면서 일부 인력의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채용 절차상 특혜를 제공하는 부당한 방식으로 인력을 빼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신조선가가 상승하고 이전보다 높은 가격의 수주로 일감을 쌓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수주가 늘어날수록 인력난에 관한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인력 부족으로 수주한 일감의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기라도 하면 위약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뢰도 역시 훼손될 수밖에 없다.

가삼현 부회장으로서도 인력난 해소가 가장 중요한 경영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초 열린 2022년 실적설명회에서 “조선업의 인력난은 현재도 지속 중이며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외에서 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인력의 채용 규모를 늘리는 한편 외국 인력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아래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협력사를 통해 800명의 외국인 인력을 채용했는데 앞으로 이 규모를 2800명까지 늘릴 계획도 세웠다. 

HD그룹 차원에서도 상반기에만 세 번의 대졸 공채를 진행했다. 이밖에도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력 채용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장 생산직뿐 아니라 다양한 직군에서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인력난 문제는 조선업의 사이클(주기)와 함께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생산 절차의 디지털화 등을 통해 인력 소요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삼현 부회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해 이전에 없던 혁신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가 부회장이 말한 디지털 대전환의 구상에는 선박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자율운항 등을 고도화하는 계획뿐 아니라 선박 건조 과정에서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해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는 계획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인력난과 관련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 협상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인력난은 회사측으로서는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많다. 반대로 노조 측은 인력난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회사 측으로서는 실적과 수주 호조세가 뚜렷해졌다는 점도 노사협상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많다. 

HD한국조선해양 내 노조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현재 쟁의협의(파업)를 결의한 뒤 7~1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이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노사 사이 교섭도 계속 진행 중이다. 

노조 측은 4일 노사교섭에서 “교섭 초반에는 ‘빨리 마무리하자’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지금은 ‘급할 것 없으니 신중을 다해 제대로 보상받자’라는 의견이 많아졌다”며 “연이은 수주 소식에 구성원들의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