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나트륨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 앞서나가, LG 삼성 SK 넘어 주도권 노린다

▲ 중국이 나트륨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를 통해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CATL과 BYD 등 글로벌 배터리 선두업체들이 리튬 기반 배터리보다 단가가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나트륨(소듐) 배터리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를 포함한 한국 배터리업체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주도권을 중국 경쟁사에 내주며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친환경 전문지 일렉트렉 등에 따르면 BYD는 2024년 양산을 목표로 중국에 첫 나트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나트륨 배터리는 기존에 배터리에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소재를 나트륨이온으로 대체하는 신형 전기차 배터리다.

핵심 소재로 쓰이는 나트륨은 리튬보다 매장량이 많고 화재 위험이나 독성물질 배출이 적다는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을 인정받고 있다.

아직 이와 관련한 기술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BYD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 시점을 구체화할 정도로 상용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소재인 리튬 가격도 수 년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왔다. 2022년 말에는 1톤당 60만 위안(약 1억7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중국 나트륨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 앞서나가, LG 삼성 SK 넘어 주도권 노린다

▲ 중국 BYD가 나트륨(소듐)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나트륨이온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 BYD >

리튬 가격의 가파른 변화는 이를 공급단가에 반영하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와 고객사에 모두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탄산나트륨의 가격은 2022년 말 기준 1톤당 3천 달러(약 386만 원) 수준으로 크게 낮다.

IT전문지 기즈차이나는 “나트륨 배터리는 세계 배터리 산업 판도를 바꿔낼 만한 잠재력이 있다”며 “리튬의 가파른 가격 변동성에 더욱 중요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CATL 역시 나트륨 배터리를 핵심 차세대 기술로 선정하고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량 양산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중국 체리자동차에 공급 계획을 확정해 둔 상태다.

BYD는 연말부터 자체 브랜드 자동차에 나트륨 배터리를 일부 탑재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나트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예정대로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하면 리튬 배터리 기반 제품과 비교해 성능 및 가격 경쟁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초반에 출시되는 차량 대수가 적고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트륨 배터리가 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하지만 CATL과 BYD는 올해 1~4월 기준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 및 2위 업체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어 앞으로 기술 흐름을 주도해 나갈 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주행거리와 무게 등 측면에서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사례가 재현될 수도 있다.
 
중국 나트륨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 앞서나가, LG 삼성 SK 넘어 주도권 노린다

▲ 중국 CATL이 공개한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 안내 이미지. < CATL >

CATL과 BYD를 비롯한 중국업체는 LFP 배터리를 중점적으로 생산하면서 중국 자동차기업 이외에 테슬라와 포드 등 글로벌 기업까지 공급 기반을 꾸준히 확대해 나갔다.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가격 상승으로 주요 자동차 고객사가 비교적 저렴한 LFP 배터리 구매를 늘리기 시작하며 CATL과 BYD의 성장 및 시장 점유율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는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과 생산을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하면서 중국 경쟁사를 뒤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나트륨 배터리가 이론적인 기술에 그치지 않고 LFP 배터리와 같이 대중화에 성공한다면 중국 업체들의 이러한 성공 사례가 다시금 재현될 수도 있는 셈이다.

BYD의 나트륨 배터리 대규모 생산공장 건설 계획 발표는 결국 한국 배터리 3사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지역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성숙기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자연히 자동차기업들 사이 가격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나트륨 배터리와 같이 전기차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기술 채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한국 배터리 3사가 기존의 삼원계 배터리 기술을 꾸준히 개선하는 데 이어 LFP 배터리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등 기술 확보에 모두 힘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꼽힌다.

앞선 기술력과 투자 여력을 모두 갖춘 한국업체들이 궁극적으로 전기차 고객사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 라인업을 폭넓게 갖춰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치고 나오는 중국 배터리 경쟁사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고객사 기반을 지켜내는 일이 한국 배터리산업에 당면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자동차 전문지 오토에볼루션은 “한국과 미국, 유럽 기업들이 중국의 LFP 배터리 채용에 뒤늦게 대응한 실책을 나트륨 배터리 분야에서 반복하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