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중국 규제 받자 미국정부 지원 집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불리해져

▲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중국 정부 규제 대상에 놓이면서 미국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을 상대로 제품 판매를 일부 금지하는 무역보복 조치를 내놓자 미국도 다방면으로 대응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 차원의 금전적 지원이 마이크론에 집중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핵심 사업인 메모리반도체에서 경쟁에 불리한 상황을 맞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블룸버그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에서 시행한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 규제에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중국의 행보가 마이크론을 겨냥한 강압적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며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중국의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여러 동맹국과 논의해 이번 사건에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무역보복에 따른 대책이 단순히 미국 차원에서 수립되는 것을 넘을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마이크론의 반도체가 정보 보안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결론을 내고 중국 내 판매를 일부 금지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에 따른 보복조치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이크론을 향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목표로 마이크론을 압박하며 자국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만큼 미국도 이에 맞서 마이크론의 성장을 도와 중국의 노력을 상쇄하는 셈이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마이크론 규제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을 더 많이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공장 또는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보조금과 추가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물론 TSMC와 인텔, 마이크론 등 수십 곳의 반도체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노려 생산공장 투자 계획을 내놓았거나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은 뉴욕주에 앞으로 최대 1천억 달러(약 130조7천억 원)를 들여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생산단지를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수혜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규제 대상에 놓이게 된 점은 미국 정부의 더 강력한 지원을 받는 데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마이크론이 정부 지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및 가동에 속도를 낸다면 자연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타격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직접 경쟁하며 고객사 물량 수주와 시장 점유율을 두고 맞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 중국 규제 받자 미국정부 지원 집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불리해져

▲ 마이크론의 미국 뉴욕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중요성을 갖추고 있는 상품이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무역갈등을 계기로 일제히 자국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육성에 힘을 쏟기 시작하면서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에 제공되는 미국 정부 보조금 규모가 더욱 불확실해졌다는 점에서 이중고를 겪게 될 수도 있다.

보조금 규모가 한정된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예상보다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된다면 삼성전자에 돌아갈 몫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건설은 퀄컴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물량 수주를 위해 효과적 전략이지만 투자와 운영 비용이 한국 공장보다 훨씬 높아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중국 정부가 무역보복 조치를 통해 미국의 자국 반도체기업 육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내면서 한국 반도체기업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영향권에 들어서게 된 셈이다.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에서 갈수록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며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대중국 무역 규제에 한국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을 더하고 있어 한국 반도체기업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사례도 더 늘어나게 될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반도체 물량 공급을 대체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의 더 적극적인 대중국 규제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