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첫 여성 도쿄 도지사 당선, 보수적 일본도 여풍  
▲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당선인.

정치에서 보수적인 일본에서 첫 여성 도쿄도지사가 탄생했다.

고이케 유리코 무소속 후보가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당선하며 ‘첫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다.

1일 NHK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무소속 고이케 후보는 7월31일 도쿄도지사를 뽑는 선거에서 44.5%의 득표율로 공명당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이 얻은 27.4%를 크게 따돌리고 당선했다.

고이케 당선인은 2007년 아베 정부에서 여성으로 처음으로 방위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며 1947년 도쿄지사 선거가 시작된 이후 9번째이자 여성으로서 첫 수장자리를 꿰찼다.

일본에서 여성이 광역자치단체 지사로 선출된 것은 2000년 오사카부 지사에 당선된 오타 후사에가 처음 당선 이래 역대 7번째다.

고이케 당선인은 "정당을 넘어 새로운 도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새 도지사로서 지금까지와다른 도정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이케 당선인은 효고현 출신으로 무역업을 하던 부친을 따라 이집트로 가 카이로에서 대학을 나왔다. 뉴스앵커로 이름을 얻은 그는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8선의 중의원을 지냈으며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으나 당내 지지를 받지 못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가 2012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지지하지 않아 미운털이 박힌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자민당 내부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찍혔던 고이케의 당선은 보수세력 내부의 분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고이케 당선인이 극우 보수층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해온 점도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이케 당선인은 최근 일본 극우단체의 강연에 참석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를 한국이 강제로 불법 점거하고 있으며 위안부의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하기도 하는 등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방위상 재임 시절에도 대북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고이케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쇄신을 강조하고 지사 월급 삭감, 대대적 여성정책 개선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남성 중심의 기득권 정치에 염증을 느꼈던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선거는 1300만 인구의 수도 도쿄 수장 자리를 내주며 아베 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도지사는 연간 예산이 13조 엔에 이르고 국내외에서 정치적으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본 언론들은 고이케의 당선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 견주며 보수적인 일본사회에 ‘유리천장’을 깬 사례로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