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고부가 제네시스·하이브리드 신차 봇물, 전기차 투자 체력 키운다

▲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하반기부터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신차를 잇달아 내놓고 판매 확대를 노린다. 사진은 GV80 콘셉트.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하반기부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하이브리드 신차를 잇달아 내놓는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글로벌 전기차 증설투자를 본격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차종인 제네시스와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는 투자 체력을 위한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는 올 하반기 준대형 세단 G80과 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80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한다. 두 차종은 각각 올해 1~4월 제네시스 브랜드 글로벌 누적 판매량에서 1위와 3위에 오른 모델이다.

특히 최근 위장막을 쓴 테스트 차량이 포착되고 있는 GV80은 2020년 초 출시 뒤 첫번째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는 것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제네시스는 내년 신차 GV80 쿠페와 GV70 및 GV70 전동화모델의 첫 부분변경 모델도 출시한다.

제네시스는 4월 GV80 쿠페 콘셉트카를 최초로 공개하고 2023 뉴욕오토쇼에 전시했다. 쿠페는 천장의 높이가 뒷자리로 갈수록 낮아지는 자동차를 뜻하는데 4인승으로 출시되는 GV80 쿠페는 실용성과 스포티함이 결합된 모델이다.

GV70(전동화모델 포함)은 제네시스에서 2번째로 많이 팔리는 모델로 이 역시 2020년 말 출시된 뒤 내년에 첫번째 부분변경을 거치게 된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21만5727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 판매실적을 새로 썼다. 올해 하반기부터 잇따른 신차 출시로 판매량을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차종인 제네시스 판매 확대는 최근 전기차 설비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수익성을 지키는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와 달리 내연기관차를 생산해 온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전기차 생산에서 안정적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기아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를 통해 5~6%대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전기차에서 막 수익을 내고 있는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가 가시화하는 내년까지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이익은 현재 약 94%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에서 발생하는 구조"라며 "2023~2024년에 나타나는 이익 체력은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와 관련해 중장기 밸류에이션(적정 기업가치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대규모 전기차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포함한 생산체계 구축에 모두 6조3천억 원을 투입한다. 연산 30만 대 규모의 조지아주 전기차전용 공장이 완공되면 다차종의 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해 미국 시장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에서 최종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990만 원)의 구매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애초 2025년으로 예정됐던 조지아주 공장 완공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기는 데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기아는 내년 하반기 대형 전기 SUV EV9을 미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현재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 생산라인 1개를 EV9 전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 전기차 생산을 위한 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지난달 1조 원을 투입하는 연간 최대 15만 대 규모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기차전용공장을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착공했다. 오토랜드 광명도 상반기 안에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전기차 전용라인으로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부터 2조 원을 투입해 울산공장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새로 짓는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전기차 생산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뿐 아니라 고부가차종인 하이브리드 신차를 올해 하반기 국내에서부터 내놓는다.

하이브리드차는 같은 차종의 가솔린 모델보다 시작가격이 300~600만 원가량 비싼데 전기차와 달리 내연기관 모델보다도 높은 수익을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9만1750대)는 올해 1~4월 전기차(4만9745대)의 2배 가까운 판매량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부가 제네시스·하이브리드 신차 봇물, 전기차 투자 체력 키운다

▲ 싼타페 5세대 완전변경 모델 신차 예상도.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 영상 캡처>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신차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싼타페 5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한다. 

싼타페는 현대차 라인업 가운데 국내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가장 큰 모델이다.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싼타페 2774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이 1638대가 팔려 59%를 차지했다. 현대차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춘 싼타페 포함 6개 차종(그랜저·쏘나타·아반떼·코나·투싼)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이 절반 이상 팔리는 모델은 싼타페가 유일하다. 

현재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서 신형 싼타페의 최종 테스트차량이 포착되고 있는데 새 싼타페에는 기존과 달리 직선의 각진 외관에 현대의 이니셜을 딴 'H'형 주간주행등을 적용해 디자인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하반기 투싼 부분변경 모델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기아는 올해 브랜드 국내 판매량 1위, 3위를 달리고 있는 카니발과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을 하반기에 내놓는다. 

카니발은 이번 부분변경을 거치며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덩치가 큰 대형 RV(레저용 차량) 모델인 카니발은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차 경제성이 더욱 부각되는 만큼 지난해부터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는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쏘렌토는 올해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모델만 1~4월 1만4391대가 판매돼 그랜저에 이어 하이브리드차 판매 2위에 오른바 있다.

올 하반기 국내에서 출시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 신차들은 내년 초부터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지웅 연구원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페이스리프트로 교체되면 모두 판매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하이브리드 모델은 현대차그룹의 파워트레인 가운데 가장 고마진이 발생하는 영역"이라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