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이 TSMC 파괴? 미국외교협회 "역효과 더 크다" 반박

▲ 중국이 대만을 무력침공한다면 미국이 대만 TSMC를 파괴한다는 시나리오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미국 주요 씽크탱크에서 나왔다. 사진은 중국 오성홍기(좌)와 대만 청천백일기를 합성한 이미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치인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대만 TSMC를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미국의 외교 관련 싱크탱크가 이런 선택지는 불필요하며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1일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외교협회(CFR)의 데이비드 색스 연구원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하는 가상 시나리오에서 미국이 TSMC의 대만 내 생산설비를 파괴하는 선택지는 불필요하다고 일축했다. 

또한 이러한 주장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이 대만의 첨단 반도체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가 TSMC의 공장 파괴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는 데 따른 것이다.

전 트럼프 정부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과 하원의원 세스 몰튼 등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TSMC를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색스 연구원은 세 가지 근거를 들어 공장 파괴 시나리오를 비판했다. 

첫째로는 대만을 침공하려는 중국의 야욕이 TSMC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으로 부상하기 전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대만을 지배하려는 목적이 TSMC의 반도체 공정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둘째로는 중국의 선전 및 선동 전략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꼽혔다.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여론에 해당하는 TSMC 파괴 주장을 두고 중국정부 고위층과 관영매체가 합세해 미국과 대만 사이 신뢰를 갈라놓는 선전을 공세적으로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대만 파괴 계획’이 미국의 정책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또한 3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왜 미국은 앞으로는 양안(중국과 대만)지역 평화를 내세우며 뒤로는 대만 파괴 계획을 꾸미는가?”라고 물으며 해당 관영매체의 주장을 이어 받았다. 

이처럼 미국이 대만 TSMC를 타격하는 시나리오가 자꾸 언급될수록 중국의 선전활동이 강화돼 대만 국민이 미국을 불신하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8일 대만 국회인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에 참석한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관은 "대만의 시설을 폭파하려는 사람은 이미 방위 규범을 넘어섰다"며 미국 정치인들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했다.

마지막으로는 미국이 TSMC 공장 파괴와 같은 물리적 대응 없이도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조망됐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TSMC 생산시설을 손에 넣는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미국은 자국 반도체 기업 및 동맹국과 합세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색스 연구원은 미국 터프츠대학교 부교수인 크리스 밀러의 저서 ‘칩 워’ 내용을 인용해 “어플라이 머터리얼즈, 램리서치 및 KLA와 같이 대체 불가능한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들 없이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작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대중국 반도체 첨단장비 수출을 제한하며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할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미국 외교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싱크탱크 소속 연구원이 TSMC 파괴 시나리오를 전면 부정한 것은 미국과 대만 사이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대만 TSMC에 최첨단 반도체를 과도하게 위탁생산한다고 지적하며 반도체 자체 기술 개발에 더욱 힘쓸 것을 주문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