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는 사업 환경이 우리의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입증할 때만 더 많이 투자합니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강조한 말이다.
 
[오늘Who] 쿠팡 성장의 원동력은? 김범석 '선택과 집중' 갈수록 돋보인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쿠팡의 성장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쿠팡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면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던 새 사업이라도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여겨진다. 실제로 김 의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쿠팡의 성장성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한국 시각으로 10일 새벽 진행된 쿠팡Inc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김범석 의장의 발언은 회사의 투자 철학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김 의장은 “우리는 작은 베팅부터 시작해 엄격하게 테스트하고 투자한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지만 우리가 가장 강하다고 판단하는 기회에만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소개한 것이다. 김 의장은 그 대표적 사례로 일본사업 철수를 언급했다.

쿠팡이 일본에 진출한 것은 2021년 6월이다. 신선식품과 생필품 등을 10분 안팎에 고객에게 전달하는 퀵커머스 형태로 일본에 발을 들였다.

쿠팡의 일본 진출은 여러 의미로 해석됐다.

김범석 의장이 쿠팡 한국법인의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글로벌 사업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인 행보라는 점에서 ‘창업자가 힘을 싣는 사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실제로 쿠팡은 2021년 12월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일본 진출과 관련한 발표를 주요 세션에 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은 올해 3월 일본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도쿄 내 쿠팡의 퀵커머스 배송 가능 권역을 넓히며 사업을 확대하는 듯 했지만 갑작스럽게 사업을 접은 것이다.

김 의장은 쿠팡의 일본사업 철수를 놓고 “우리가 원하는 보상이 창출되지 않았다”고 짧게 설명했다. 투자한 기간이 1년 반이나 되지만 안 되겠다고 판단을 내린 뒤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빠르게 철수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의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사업 철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기회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빠르게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김 의장이 생각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핵심이다.

쿠팡이 대만사업과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에 어떻게 투자하는지를 보면 김 의장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대만에서 ‘로켓직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대만에서 구현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요체다. 대만 전역의 고객들이 한국에서 판매되는 수백만 가지의 상품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라고 쿠팡은 대만사업을 소개한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좋은 편으로 파악된다.

쿠팡 앱(애플리케이션)은 4월 기준으로 대만의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내려받기 수 1위에 올랐다. 대만에 진출한 지 반 년 만의 성과다.

아직 현지 1, 2위 업체들과 점유율 격차는 큰 편이지만 성장 속도로 볼 때 한국에서처럼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김 의장은 쿠팡의 대만사업과 관련해 “우리는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했을 때 봤던 변혁적 잠재력의 신호를 대만에서 보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우리는 우리가 보고 있는 잠재력에 대해 기대하고 있으며 장기적 기회에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에 떨어진 타오위안 인근에 대형 풀필먼트센터도 짓고 있다. 앞으로도 대만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면 대형 물류센터를 더 지어 한국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쿠팡은 4월부터 유료멤버십 와우멤버십에 가입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쿠팡이츠에서 배달할 때마다 모든 메뉴를 5~10% 할인해주고 있다.

4월 초만 해도 서울 송파구와 관악구에서만 혜택을 제공했는데 약 한 달 만에 서비스 가능 권역을 서울 18개 자치구까지 확대했다.

모든 메뉴를 상시 할인하는 배달 플랫폼은 쿠팡이츠가 최초다. 다른 플랫폼이 제공하지 않는 쿠팡이츠만의 혜택을 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함으로써 배달의민족, 요기요가 확보하고 있는 시잠 점유율을 일부 흡수하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쿠팡이 쿠팡이츠에 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당분간 부담해야 할 비용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쿠팡이츠에 투자하는 것은 그만큼 배달 플랫폼에서 일정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수 있다.

배달 플랫폼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9471억 원, 영업이익 4241억 원을 냈다. 2021년보다 매출은 47% 늘었고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쿠팡이 쿠팡이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면 우아한형제들이 거두는 실적을 일정 부분 쿠팡의 몫으로 가져올 가능성도 열려있는 셈이다. 

우아한형제들이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배달의민족의 압도적 시장 점유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2월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67%를 차지해 요기요 22%, 쿠팡이츠 11%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김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이츠의 상시 할인 혜택 제공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조만간 서울 근교인 경기 권역으로도 쿠팡이츠의 혜택이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매달, 매 분기마다 쿠팡이츠의 혜택 제공 지역을 수도권 이외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