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44.1도’ 동남아 역대급 고온, ADB “지금 과감한 기후 조치 필요”

▲ 베트남이 역사상 최고인 44.1도를 기록하는 등 최근 동남아시아에는 역대급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관들은 아시아 지역의 이상기온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필리핀 마닐라의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 < ABS-CBN News >

[비즈니스포스트] 베트남이 역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최근 동남아시아를 덮친 역대급 고온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국제기관들은 이런 이상기온 현상을 막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7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베트남은 6일 44.1도라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며 “베트남의 최고 기온 기록이 기후변화 탓에 조만간 다시 경신될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베트남의 최고 기온 기록은 베트남 국립수상기상예보센터가 북부의 타인호아성 지역의 호이쑤안역 내부에서 측정한 것으로 종전 최고치인 2019년의 43.4도를 뛰어넘은 것이다.

역대급 고온 현상은 이미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 전역을 위협하고 있다.

태국 북서부의 일부 지역은 지난달 15일 45.4도를 기록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때 체감온도는 무려 54도에 이르렀다.

미얀마 동부 지역에서도 최고 기온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43.8도를 기록했고 필리핀과 방글라데시도 4월 각각 40도 안팎의 고온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디언은 기록적 기온 상승이 실제 주민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트남의 농부들은 급격한 고온 현상에 따른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일을 시작해 오전 10시 이전에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다. 또 한낮에는 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필리핀에서는 학교 수백 곳이 수업 방식을 원격으로 전환했으며 수업시간 단축도 고려되고 있다. 최근 소방 훈련에 참가한 학생 가운데 100명가량은 탈수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국제기관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상 고온 현상에 우려를 나타내며 조금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사카와 마사츠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2000년 이후 기후 관련 재난의 4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했다”며 “지금까지 35억 명 이상의 인구가 피해를 입었고 2050년까지 아태지역 도시에 거주하는 추가 10억 명 이상이 대기 오염과 폭염으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마사츠구 총재는 ‘기후변화와의 전쟁’에 맞설 새 프로그램으로 아태기후혁신금융퍼실리티(IF-CAP)를 발표하며 기후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태기후혁신금융퍼실리티는 아시아개발은행이 기존에 각국 정부의 보증을 받은 기후변화 관련 사업을 재보증해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사업이다.

마사츠구 총재는 “기후변화는 우리 삶의 중요한 문제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그 전투의 최전선에 있다”며 “최근 우리가 경험한 기후변화는 앞으로 강도와 빈도가 증가할 것이므로 지금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의 보도에서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의 기후 및 환경 전문가인 딥시카 샤르마도 “지구의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제한하는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히말라야는 빙하 3분의 1을 잃게 된다”며 “이는 산악 생태계의 4분의 1에 커다란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아시아 전역에서 목격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인간이 유발한 것”이라며 “이런 신호는 기후 ‘비상사태(emergency)’가 닥쳤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