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AI(인공지능) 개발을 당분간 멈춰야 한다는 공개서한 서명자 명단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테슬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테슬라가 개발하는 완전자율주행체계에 있어서 AI기술이 핵심인데 이번 공개서한에 머스크가 동의한 것이 향후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AI 개발 잠정중지' 동참, 미국 투자사 테슬라 주가 부담 지적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AI 개발 잠정중지에 동참하면서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11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머스크의 이번 행보가 자충수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기술발전에 신중론을 펼치는 비영리단체 퓨처오브라이프(Future of life)는 공개서한을 내고 “챗GPT가 태풍을 몰고 오는 현 단계에서 AI를 한층 더 발전시키에는 잠재적인 위험성이 너무 크다”며 “향후 최소 6개월 동안 GPT-4를 넘는 성능을 지닌 모든 AI의 훈련을 중지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개서한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AI는 인류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이게 오히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를 현 CEO 샘 알트만과 2015년 공동 창업하면서 AI 분야에 뛰어들었다. 2018년 알트만과의 불화로 머스크는 오픈AI를 떠났으나 테슬라 자율주행체계 개발에 있어서 AI기술은 이미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미국 투자자문사인 모틀리 풀의 제레미 보우만 연구원은 “서한에서의 논리대로면 테슬라 완전자율주행체계에 사용되는 AI도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당분간 개발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며 “경쟁업체에서 비슷한 형식의 공개서한을 통해 완전자율주행 개발을 견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1년 5월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 시범 프로그램을 확대한 뒤부터 사고 건수가 늘어났다. 특히 높은 시속에서 사물을 잘못 보고 급정지하는 ‘헛정지’ 사고가 빈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 고속도로교통안전처(NHTSA)에 따르면 2022년 1월에 이르는 3개월 동안 테슬라 차량의 헛정지 사고가 107건으로 늘어났다. 이전 22개월 동안은 34건만이 보고된 점에서 테슬라의 시범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사고 건수도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차량이 12번 가량 정차된 구급차를 들이받은 건으로 NHTSA의 조사를 받고 있다. 올해 2월엔 테슬라 차량이 소방차를 들이받았다는 사실이 3월 NHTSA의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특히 머스크가 이번 공개서한에 동의한 이유가 경쟁 AI기술들의 발을 묶어둔 사이 자신의 AI기술력이 이들을 따라잡게 하기 위함이라는 시선이 나오면서 테슬라의 경쟁 업체들이 똑같은 견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머스크가 구상중인 뉴럴링크(Neuralink) 사업에도 AI기술은 필수적인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심어 각종 질환을 치료한다는 프로젝트다.

보우만 연구원은 “안전성 보장이 먼저라는 퓨처오브라이프의 입장이 오히려 머스크의 사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개서한 발표 뒤 테슬라의 주가에 큰 타격은 없는 모양새다. 22일 서한 발표 당일 테슬라 주가는 3.25% 하락한 채 마감했으나 그 뒤 며칠 동안 반등했다. 22일부터 이날까지 테슬라 주가는 총 3.47% 하락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또다시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인다면 테슬라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트위터 인수 당시 머스크의 발언이 줏대 없이 뒤바뀌면서 2022년 한 해 동안 테슬라 주가는 312달러에서 123달러로 급락했다.

머스크는 최근 챗GPT의 대항마로 생성형 AI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발언했으나 정작 이번 사태로 퓨처오브라이프의 최대 후원자가 일론 머스크 재단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