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USSMC로 바뀐다”, 중국언론 미국 대만 반도체 협력에 ‘경고’

▲ 대만 집권당이 미국 정부와 반도체 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대신 국익을 위해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이 나왔다. TSMC의 중국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대만이 미국 정부와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관영매체가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대만과 중국의 통합 가능성을 거론하는 내용을 담은 ‘경고장’을 보냈다.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대만이 적극적으로 동조한다면 결국 TSMC와 같은 기업에 대한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10일 논평을 내고 “대만 민주진보당(DPP)이 미국과 힘을 합치는 일은 대만 반도체 산업이 생사의 기로에 놓이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첨단 반도체 공급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데 반응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그의 발언이 대만 반도체 산업에 위협적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대만과 계속 협력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만의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미국을 더 가까이 하게 되면 대만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이 TSMC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게 되면 그동안 대만에서 확보하고 있던 반도체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빼앗아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탈취하겠다는 목표는 이제 비밀이라고 볼 수도 없을 정도로 뚜렷하다”며 “TSMC는 결국 USSMC로 바뀌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의 회사명은 대만 반도체 제조기업(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를 뜻하는 줄임말인데 사실상 미국의 반도체 제조회사(US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로 변해갈 것이라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에서 동맹국을 적극적으로 반도체 연합에 끌어들이는 이유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짚었다.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이 이를 깨닫고 미국의 반도체 협력 강화 시도를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대만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활용해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보통 ‘실리콘 방패’ 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러나 미국이 TSMC를 비롯한 대만의 반도체 산업 핵심요소를 탈취한다면 더 이상 대만을 보호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결국 대만 민주진보당이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막으려면 위험한 ‘불장난’을 멈추고 미국을 비롯한 외세에 저항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의 영향력을 방어하지 못하면 대만이 결국 중국과 통합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으로 대만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와 힘을 합치는 길은 결국 ‘막다른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타임스의 이런 입장은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 특성상 대만과 미국의 반도체 산업 협력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 통합 가능성을 거론하며 강력한 목소리를 내 여론전을 주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타임스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의 역할이 미국에 의해 좌우되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일이 대만에 유일한 선택지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