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생산량 축소 기조에 따라 올해 4분기 흑자전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설비투자 축소와 함께 첨단공정 비중 확대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흑자전환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4분기 흑자전환 기대감, 박정호 투자 줄이고 첨단공정 확대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3년 설비투자 축소와 원가경쟁력 강화로 SK하이닉스의 흑자전환을 최대한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29일 SK하이닉스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 맞춰 작성한 ‘주주들에게 보내는 레터’에서 “현재의 상황을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며 “자본지출 및 운영비용를 효율화하고 이를 통해 내재된 원가절감 역량을 다가올 업턴(상승기)까지 끌고 갈 수 있도록 경쟁력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1분기 최악의 실적 성적표를 받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은 지난 분기보다 20% 하락했다. 올해 3월 기준 DDR4 8Gb D램의 고정거래 가격은 1.81달러인데 지난해 초 같은 제품의 가격이 3.41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SK하이닉스가 1분기 3조9천억~4조3천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실적만 보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캐시코스트(감가상각비를 제외한 제반 운영경비)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원가구조 악화로 적자폭은 확대되지만 재고를 지속해서 털어내며 재고자산평가손실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적자폭을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등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D램 공급량은 올해 1분기 274억6600만 개에서 2분기 265억7500만 개로 감소하고 3분기에는 D램 수요가 공급량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3분기부터 D램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마이크론은 28일 추가 감산 결정을 발표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2015~2016년, 2018~2019년에서 사이클에서 확인했듯 마이크론의 추가 감산은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의 가속화 요인이다”며 “이번 추가 감산을 반도체 분야의 강하고 빠른 반등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 4분기 흑자전환 기대감, 박정호 투자 줄이고 첨단공정 확대

▲ 사진은 솔리다임의 3D 낸드플래시 ‘P41 플러스’. <솔리다임>

박정호 부회장은 비용 축소를 통해 SK하이닉스의 흑자전환을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2022년 대비 50%까지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관계된 반도체 설비업체들은 기존 대비 50~70% 줄어든 수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공정 확대를 통해 원가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한 웨이퍼에서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나 원가경쟁력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생산량이 변하지 않더라도 첨단공정 기술력과 수율 등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진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에서 첨단공정으로 분류되는 176단 양산 비중을 2022년 말 기준 60%까지 확대했고 반도체업계 최초로 238단 4D 낸드를 개발하는 등 기술 향상에 따른 원가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D램에서도 지난해부터 초미세공정에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활용해 원가를 절감하기 시작했다.

박 부회장은 “10나노급 4세대(1a) D램 제품은 차세대 공정 기술인 EUV(극자외선)를 사용한 첫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성숙 수율 도달(램프업) 기간을 계획 대비 단축했고 생산 비중도 2022년 말 20%까지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과 통합이 올해 말에는 어느 정도 완료될 것이란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은 ‘플로팅게이트’ 방식으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SK하이닉스는 ‘CTF’란 기술을 활용해 낸드를 생산하는 만큼 인수 초기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이나 ‘규모의 경제’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었다.

오히려 기존 인텔 낸드사업부에서 솔리다임으로 떨어져 나오면서 새로운 사무실 확보, IT 서비스 구축, 보안망 형성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급증해 2022년 SK하이닉스 실적 악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 강점이 있는 솔리다임은 결국 낸드플래시 사업을 확대하려는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키오시아, 웨스턴디지털 등 낸드 경쟁사의 웨이퍼 투입량이 최근 30% 가까이 줄어들어 업황 반등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박 부회장은 “솔리다임은 업계 불황의 영향으로 현재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용 SSD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업황이 회복될 때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실적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