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라이벌] 미국 반도체 지원법 수혜 인텔에 집중, 삼성전자 ‘불안’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9월9일 인텔 오하이오 반도체공장 착공식에서 투자 결정을 환영하는 내용의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은 반도체를 발명했고, 반도체는 장기간 미국 경제와 안보의 중추 역할을 해 왔다.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한 뒤 1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오늘을 ‘변화가 시작된 날’로 기억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9월 인텔의 미국 오하이오 반도체공장 착공식에서 위와 같은 연설을 진행했다. 반도체 지원 법안이 미국의 기술 리더십과 경제 주도권을 되찾는 데 기여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시행을 확정짓기까지 거쳐 온 과정은 다소 험난했다.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도 52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정책의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고, 대형 반도체기업에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점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발생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고 중국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들어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의회에 장기간 계류되며 자동으로 폐기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의회 의석수를 결정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모두 정치적으로 더 중요한 쟁점 사항에 집중하면서 자연히 관심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텔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인텔과 같은 반도체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시점에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운 것이다.

인텔의 팻 겔싱어 CEO는 200억 달러를 들이는 오하이오 공장 투자를 늦추거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엄포까지 놓으며 적극적으로 바이든 정부를 지지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도 언급하며 이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여론전 끝에 미국 정부는 결국 의회를 설득하며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성공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법안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하이오 반도체공장 착공식에 직접 방문한 것은 ‘일등공신’으로 자리잡은 인텔의 노력에 대해 감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텔이 이처럼 반도체 지원법을 강력하게 지지한 배경은 미국 정부 지원에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미국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생산공장도 직접 투자해 운영하는 만큼 지원 정책이 확정되면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들이는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어 잠재적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국보다 부담이 훨씬 커 정부의 충분한 지원을 받는 일이 필수적이다.
 
[삼성의 라이벌] 미국 반도체 지원법 수혜 인텔에 집중, 삼성전자 ‘불안’

▲ 인텔의 미국 오하이오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신공장에 첨단 미세공정인 4나노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보조금 제공 대상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와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만큼 인텔과 같은 경쟁사에 맞서 장점을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텔 등 미국 반도체기업과 삼성전자의 투자를 바라보는 바이든 정부의 태도는 다소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인텔과 마이크론, 퀄컴 등 기업의 공장 및 연구센터 투자 계획을 중요한 성과로 거론한 반면 삼성전자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이 결국 미국의 근본적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제공하는 보조금은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이 반도체 리더십을 되찾도록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나 TSMC 등 미국 이외 국가에서 대부분의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이 다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인텔을 필두로 한 미국 경쟁사들이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수혜를 대부분 차지하며 삼성전자를 밀어낼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인텔의 반도체 기술 개발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국방부 및 정부 소속의 우주항공과 군사 당국을 통해 인텔과 첨단 반도체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협력을 맺은 것이다.

국방부는 인텔의 반도체 설계기술 및 미세공정 개발에 초기 연구비를 제공하며 인텔이 일정 기술 수준에 도달하면 추가 지원도 제공한다. 국가 안보에 핵심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를 추격할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인텔과 맞서 미국 반도체 지원 정책에 큰 수혜를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워질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가 실익으로 이어지려면 이를 통해 현지 고객사 확보에 충분한 성과를 거두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삼성전자가 이를 통해 미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는다면 미국 정부도 태도를 바꿔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하게 될 수도 있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3부 - 삼성 vs INTEL
(5)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인수 가능성, 인텔의 선례 주목
(6) 인텔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수혜 집중, 삼성전자는 ‘불안’
(7) 삼성전자 유럽 반도체공장 지을까, 인텔 빠르게 기회 선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