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신속한 생산시설 건설계획을 꺼내들었다.

이는 이는 대표적 CDMO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빠른 건설속도를 토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속도로 삼바 따라잡는다, CDMO 공장 증설 가속

▲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못지않은 신속한 공장 건설을 추지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2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 차려진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최근 내놓은 국내 투자계획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못지않은 공장 건설속도를 전제로 수립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약 30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자해 12만 리터(ℓ) 규모 항체의약품 공장 3개를 짓고 전체 생산능력 36만 리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출발점인 첫 번째 공장은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5년 하반기 준공될 것으로 예정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준공 이후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인증 등 허가절차를 밟아 2027년 상업생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4년까지 공장 3개를 모두 완전 가동한다는 계획을 고려하면 후속 공장들도 1~2년 간격을 두고 첫 번째 공장과 비슷한 일정대로 건설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12만 리터 규모 공장을 2년 만에 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장 외관을 갖추고 반응기(리액터) 등 대형 설비와 청정한 생산환경을 완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CDMO기업으로 꼽히는 론자도 앞서 2021년 5월 스위스에서 12만 리터 규모 생산시설 건설을 발표했을 당시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잡으며 소요기간을 2년 이상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앞서 CDMO업계에 진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사업장을 중심으로 훨씬 빠른 건설속도를 보여주면서 덩치를 키워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금까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공장을 각각 2년 안에 짓는 데 성공했다. 공장별 착공부터 완공까지 기간을 보면 1공장(3만 리터, 2011년 5월~2012년 7월) 14개월, 2공장(15만 리터, 2013년 9월~2015년 2월) 18개월, 3공장(18만 리터, 2015년 11월~2017년 11월) 24개월이 각각 소요됐다.

기존보다 훨씬 큰 4공장(24만 리터)도 2020년 11월 착공해 23개월 만에 준공되며 작년 10월부터 부분가동에 들어갔다. .

이처럼 공장을 빠르게 짓는 능력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주 경쟁에서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제약바이오기업은 개발한 신약의 특허기간이 만료되기 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신속하게, 더 많은 의약품을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 필요한 생산능력을 제 때에 맞춰줄 수 있는 CDMO기업과 손잡는 게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CDMO기업 쪽에서 봐도 한꺼번에 더 많은 고객사의 일감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서둘러 생산시설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도 “업계의 어떤 업체보다도 빠르게 생산시설을 지을 수 있다”며 신속한 건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강점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이런 점을 고려해 과감한 건설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바이오 CDMO사업을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바이오의약품 공장 인수를 마치면서 본격적으로 CDMO사업을 시작했다. 이제는 국내 투자를 본격화할 차례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10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수와 신규 건설이라는 2개의 전략으로 CDMO시장에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목표한 일정대로 공장을 세울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먼저 국내 공장을 세울 부지를 선정하고 매입하는 일부터 마무리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 부지로는 인천 송도와 충북 오송 등 여러 후보지가 거론되고 있다. 미국 공장 인수가 마무리됐고 하반기 착공이 예정된 만큼 부지 선정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