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마이크론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가 건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재무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피치 마이크론의 신용등급 유지, "삼성전자보다는 재무 유연성 떨어져"

▲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9일 메모리반도체 영업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의 재무구조는 건전하다며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했다. 


피치는 현지시각 9일 마이크론 신용등급을 BBB, 등급 전망을 Stable(안정적)로 확정했다.

피치는 “마이크론의 2023년 예상 자본 지출 규모는 40억 달러로 2022년과 비교해 4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 악화는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의 평균 현금 유동성 비율 및 레버리지 지표는 피치의 부정적인 등급 민감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은 일관되고 보수적인 재무 정책을 펼치고 있어 경기침체 기간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마이크론은 2022년 4분기 기준(마이크론 회계연도 2023년 1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95억7천만 달러(약 12조 원)로 2021년 4분기보다 16% 증가했다. 또 단기차입급은 줄어든 반면 장기차입금(1년 안에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부채)은 101억 달러(약 12조5천억 원)로 2021년 4분기보다 48.4% 늘었다.

다만 삼성전자(AA-/안정적)는 마이크론보다 훨씬 큰 규모의 사업구조를 갖춰 고객이 더 다양화돼 있으며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분기 기준 보유한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상품 포함)이 128조 원에 이르고 차입금은 10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달리 고객 대부분이 최종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기 때문에 경기침체에 받게 될 단기적인 실적압박이 더 클 것으로 에상됐다. 마이크론은 2022년 4분기 영업손실 2억900만 달러를 내며 적자전환했다.

마이크론의 적자전환은 D램보다는 낸드플래시 영업환경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낸드플래시 사업이 D램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피치는 “낸드플래시 시장이 D램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해 마이크론은 매출총이익률은 낮아지더라도 수익 구성이 더 다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사업의 주기성(업황 사이클)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피치는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를 늘리고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은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주기성을 증폭시키는 구조적 비효율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 조치는 단기적으로 마이크론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산 기술과 장비 수입이 막히면서 YMTC 등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계획대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첨단 반도체는 미국산 장비 없이는 사실상 양산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장비 자급화도 추진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제이 레이크스 미즈호증권 연구원도 “YMTC와 같은 신규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확대는 반도체 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며 “하지만 YMTC가 미국산 장비 수입에 제한을 받게 되면서 마이크론 등 기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분쟁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 반도체를 더 적극적으로 채택하도록 자극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이크론의 중국 매출에 점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피치는 “중국 반도체 기업은 향후 5~10년 동안 마이크론과 그 동료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