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불황 깊어진다, 인텔과 SK하이닉스 희비 엇갈려

▲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로 낸드플래시사업을 매각한 인텔과 이를 인수한 SK하이닉스 실적에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중국 대련의 인텔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위축되고 제조사와 고객사 재고량이 모두 늘어나면서 심각한 수준의 불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낸드플래시사업을 매각하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인텔과 이를 인수한 SK하이닉스의 2023년 실적에 희비가 뚜렷하게 엇갈릴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지고 있다.

3일 투자전문지 모틀리풀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은 2022년 하반기 들어 이미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인플레이션 등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전자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IT기업들의 서버 투자도 위축되며 수요 감소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반도체기업들의 D램 평균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약 29%, 낸드플래시 매출은 약 2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가 다가오며 2023년 반도체 업황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이런 추세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떠오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개 업체가 과점체제를 유지하는 D램 시장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모두 5곳의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반도체기업들 사이 재고 축소를 위한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반도체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이끌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틀리풀은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일찌감치 중단한 인텔의 결정을 매우 현명한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2020년 말 낸드플래시사업을 SK하이닉스에 넘기고 시스템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중국에 위치한 대규모 생산공장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모두 90억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지불하고 인텔의 사업부와 생산시설을 인수하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기 시작하면서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에 받게 될 타격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에서 손을 떼고 파운드리 등 신사업 진출을 확대하는 인텔과 낸드플래시 사업 규모를 더욱 확대한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당분간 희비가 엇갈리게 되는 셈이다.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불황 깊어진다, 인텔과 SK하이닉스 희비 엇갈려

▲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사업 인수 뒤 솔리다임 브랜드로 생산하는 SSD 저장장치 이미지.

모틀리풀은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서로 다른 기업들의 제품 사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시장에서 소비재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고 바라봤다.

수요와 공급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도체기업들이 고객사와 거래에서 가격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나 공급 과잉 등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반면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시스템반도체는 업체별로 제품에 큰 기술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SK하이닉스가 인텔에서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 일은 앞으로 한동안 실적 부진 폭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호황기에 접어들면 이런 효과는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의 수혜가 SK하이닉스에 더 크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사업 인수에 따른 피해는 최소화하고 향후 수혜는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위기를 순조롭게 넘길 수 있는 전략을 써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을 넘기 위한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시설 투자를 대폭 축소해 업황 개선 시기를 앞당기려는 전략이 포함된다.

모틀리풀은 “인텔에 메모리반도체사업은 다른 사업에 집중하기 어렵도록 하는 요소에 불과했다”며 경영진의 선견지명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인텔보다 뛰어난 기술력 및 노하우를 보유한 만큼 인텔 낸드플래시사업 인수를 시너지로 이끌어 낼 잠재력이 충분하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실적에 악영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성장 기회가 더욱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전문기업들이 일제히 업황 개선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실제로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