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건설업계 올해보다 더 춥다, 중소건설사 줄도산 공포 확산

▲ 중견건설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주택사업에 치중돼 있어 고금리가 지속되고 미분양이 늘어나면 공사비 회수조차 어려워져 위험에 직접 노출된다. 이에 2023년 상반기 중소건설사가 줄도산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내년 상반기 중소건설사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중견건설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주택사업에 치중돼 있어 고금리가 지속되고 미분양이 늘어나면 공사비 회수조차 어려워져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12월 들어 단기자금시장에는 온기가 돌고 있지만 중소건설사 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건설업계와 신용평가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건설사 자금부담이 더욱 높아져 2023년 상반기 건설업체가 줄도산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종합건설업체로 등록된 건설사 가운데 5곳이 부도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17개 업체가 도산했다가 지난해 2개로 감소했는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우석건설이 부도처리 됐고 이어 11월 동원건설산업도 도산했다. 미분양에 따른 자금난이 핵심원인으로 꼽혔다. 

장기영 동원건설산업 대표는 최근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시행사로부터 받을 공사비 250억 원을 대신 갚기 위해 연 36%의 금리를 내건 사금융을 이용해 협력사 대금을 지급했지만 채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부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보면 우석건설은 202위, 동원건설산업은 388위다. 시공능력평가가 3천여 개가 넘는 종합건설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위 10%권 건설사도 경영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이뿐 아니다. 최근 대구 동구 화성파크드림 신축공사 현장도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며 폐쇄됐다. 화성산업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의 골조공사를 맡은 보현건설 대표가 건설자재값, 식사 대금, 임금 등을 체불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이런 상황에서 2023년에도 분양경기 악화, 금리상승에 따른 유동성 축소 등 건설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서울 둔촌주공아파트의 청약 부진과 계속되는 거래절벽, 전세값 하락 등 시장 상황을 근거로 내년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세대로 지난해 말보다 3.35배 급증했다. 연말에 6만 세대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분양업계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6만 세대를 넘어서면 시장 침체기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건설사들에게 분양은 현금이 들어오는 사실상 유일한 창구이다. 여기가 막힌다면 돈줄이 막히는 것이고 말 그대로 비상상황이 펼쳐진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2일 내놓은 ‘2023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을 통해 “브릿지론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지원된 자금 대환이 막히며 건설업체 자금난이 증폭되고 있다”고 짚었다.

브릿지론이란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되는 대출로 쉽게 말해 ‘임시방편 자금대출’이다.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빌려 쓰다가 사업이 진행되면 제1금융권으로 갈아타는데 이때 제2금융권 차입금을 브릿지론이라 말한다. 제2금융권을 다리 삼아 제1금융권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시행사는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매매계약서나 약정서를 담보로 브릿지론을 일으킨다. 이 뒤에 인허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한 뒤 제1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을 통해 사업을 본격 진행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의 만기는 일반적으로 3~6개월으로 매우 짧다. 

시행사들은 금리가 낮을 때 이를 계속 차환하며 공사비를 충당하고, 마침내 분양수익을 거뒀을 때 이를 모조리 상환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즉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 만기가 돌아와도 이자부담이 크지 않지만 상승기에는 차환대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시 말해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줄어들면 대출 금액 차환이 어려워지고 차환에 성공하더라도 더 비싼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건설사들이 시행사에 신용보강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자칫 건설사마저 위험해질 수 있다.

최근 브릿지론과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브릿지론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사업들은 비싼 이자를 감당하면서 브릿지론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지 못해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매입했거나 약정받은 토지를 내놔도 받아줄 곳이 없고 증권사나 저축은행도 손실을 감수려하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한편 단기자금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자금시장 경색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일각에서 나오지만 건설현장은 이를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월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대다수 금융통화위원회 의원들이 금리 인상을 하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단기자금시장은 안정를 되찾고 있다.

단기자금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업어음 금리가 지난 12일 5.53%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리며 지난해 4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 하락했다. 

회사채시장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9일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발행액은 1조3458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회사채 상환액은 1조719억 원으로 집계돼 2739억 원 순발행 상태로 나타났다.

지난 9월 6568억 원 순발행 상태였던 회사채는 10월엔 4조8379억 원 순상환, 11월 8087억 원 순상환을 보이며 급격히 얼어붙었다. 

하지만 신용등급 ‘A1’급 증권·건설사가 보증한 단기유동화채의 금리는 여전히 연 1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8일 기업부문 신용위험 전망 세미나에서 “최근 사업장별 수익성 및 분양율 등의 상황과 관계없이 우발채무가 큰 규모의 건설사가 신용보강한 자산유동화증권의 차환은 상당히 어렵다”며 “사업장의 분양률이 저조하면 공사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설사의 자금부담이 심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주택산업연구원도 12일 내놓은 ‘2023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에서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에 보유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로부터 부도가 속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