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반도체공장에 첨단 미세공정 도입 앞당겨, 삼성전자 대응 주목

▲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에 4나노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TSMC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애플 등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 요청에 따라 미국 반도체공장에 첨단 미세공정 도입 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 TSMC의 적극적 투자 전략에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블룸버그는 1일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TSMC가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에 2024년부터 곧바로 4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지나 레이먼도 미국 상무장관이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 참석할 때 이런 계획을 정식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 반도체 지원법 시행과 관련한 내용도 논의될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SMC는 애플 등 미국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미국 반도체공장에 최신 미세공정 기술인 4나노 공정 도입 시기를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TSMC는 당초 애리조나주 제1공장에 비교적 오래된 5나노 반도체공정을 도입해 운영한 뒤 제2공장을 건설한 다음에서야 차세대 기술인 3나노 미세공정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미국 상무부가 내년 초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TSMC가 첨단공정 도입에 속도를 내는 점이 주목할 만한 요소로 꼽힌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TSMC가 애리조나 반도체공장에 더 앞선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하도록 유도해 왔다. 이를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TSMC는 첨단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가 대만 공장에 이어 미국에서도 생산되면 대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해 소극적 자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돌연 태도를 바꿔 미국 반도체공장에 최신 기술을 적용하기로 한 배경은 미국 정부와 공장 투자 지원금 등에 관련해 어느 정도 소통이 이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TSMC가 당초 예정에 없던 제2 반도체공장 설립 계획을 내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1공장에 첨단기술 도입을 발표하며 눈에 띄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SMC가 미국공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물량도 기존 계획과 비교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약 3분의1은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공급되는 반도체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TSMC 미국 반도체공장에 첨단 미세공정 도입 앞당겨, 삼성전자 대응 주목

▲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TSMC가 미국 반도체공장에 4나노 미세공정을 도입하는 일은 엔비디아와 AMD, 퀄컴 등 다른 시스템반도체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MD와 엔비디아는 이미 TSMC와 미국 공장에서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에 관련해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현지 반도체 설계업체들에 가능한 미국에서 위탁생산을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 시행으로 미국에서 첨단 시스템반도체 생산 확대를 유도하는 일이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중요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 법안도 이런 목적을 두고 이뤄졌다.

블룸버그는 TSMC가 이 가운데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지원금 등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TSMC의 반도체 장비 반입식에서 첨단 미세공정 도입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최근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의 현지 반도체공장 투자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할 때도 정부의 적극적 도움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TSMC의 미국 제2 반도체공장 투자와 관련한 세부 내용도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공개될 공산이 크다.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3나노 등 최신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미국 공장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투자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지원 계획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내년 초 미국 상무부 보조금 심사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면 TSMC를 비롯한 경쟁사를 뒤따라 추가 투자계획 등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중장기적으로 모두 11곳의 반도체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선제적으로 텍사스 당국의 인센티브 지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아직 투자 계획은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