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고급차 본고장 유럽서 고전, 전기차로 프리미엄 브랜드 다진다

▲ 유럽 현지 인지도를 넓히기 위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 제네시스는 올해 유럽 판매를 시작한 전기차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 <제네시스 유럽 홈페이지 캡처>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출시 2년차를 맞은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판매에서 좀처럼 속도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유럽 내 인지도를 넓히기 위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데 올해 판매를 시작한 전기차를 앞세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올해 들어 판매를 늘리고는 있으나 여전히 각 차급별 판매에서 주요 브랜드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카베이스닷컴 집계를 보면 제네시스는 올해 1~9월 유럽에서 1673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2021년 5월 유럽에 진출한 제네시스가 그해 연말까지 8개월 동안 552대를 판매하는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판매량이 3배 가까이 뛰었지만 여전히 현지 프리미엄차 시장에서 존재감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모델별 판매량은 G70 330대, G80 190대, GV70 485대, GV80 197대 등이다.

유럽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각 차급별 판매 순위에서 제네시스는 GV60이 C(준중형급)-SUV 67개 모델 가운데 67위, GV70이 D(중형급)-SUV 29개 모델 가운데 27위, GV80이 E(준대형급)-SUV 24개 모델 가운데 21위, G70은 D(중형)-세그먼트 24개 모델 가운데 24위, G80이 E(준대형)-세그먼트 17개 모델 가운데 17위를 기록했다.

고객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를 가진 프리미엄차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관련 신뢰도와 인지도를 더 높여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유럽에서 진출 뒤 만 1년 6개월가량의 기간은 제네시스가 고객으로부터 신뢰도는 물론 대중적 인지도를 쌓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는 시선이 많다.

더욱이 유럽은 BMW, 벤츠, 아우디 등 굴지의 프리미엄 브랜드 3사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시장이다. 이들 3사의 프리미엄차 시장 합산점유율은 80%를 넘어선다.

토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1990년 LS400으로 진출한지 30년 넘게 지났지만 지난해 유럽 프리미엄차 시장 점유율은 2.3%에 불과하다. 유럽 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닛산 인피니티는 2020년 유럽시장에서 아예 철수했다.

다만 최근 제네시스가 유럽에 잇따라 내놓은 전기차들이 이 지역 자동차 전문지의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네시스는 유럽의 전기차 전환에 올라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질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은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빌트의 전기차 비교평가에서 테슬라 모델Y와 포드 머스탱 마하-E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GV70 전동화모델은 7가지 평가항목 중 편의성, 주행성능, 커넥티비티 등 3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우토빌트는 독일 3대 자동차 매거진 가운데 하나로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의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매체로 평가받는다.

특히 테슬라 모델Y는 9월 지난해 같은달보다 227% 증가한 2만9367대가 팔려 전기차뿐 아니라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차로 이름을 올렸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테슬라 모델Y가 테슬라의 유럽 생산기지 '기가팩토리 베를린'이 올해 본격 가동을 시작한데 힘입어 당분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제네시스 GV60은 최근 프리미엄 부문 '독일 올해의 차(GCOTY)'에 선정됐다.

GCOTY는 약 30명의 배심원단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5개 등급에서 우승 차량을 선정했다. GV60은 오펠 아스트라,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페라리296, 폭스바겐 ID.버즈와 함께 테스트라이브를 거쳐 12월초 전체 차급을 통틀어 독일 '올해의 차'를 가리게 된다.

앞서 9월 GV60은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앤캡)'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개를 획득하기도 했다.

제네시스는 6월 유럽시장에 GV60과 G80 전동화모델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에는 GV70 전동화모델을 출시했다.

제네시스는 앞서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는 고급차 브랜드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제네시스는 올해 1~10월 글로벌 시장에 17만3939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2년 연속 20만 대 이상 판매가 유력한 상황이다. 제네시스는 전체 판매량의 40%에 가까운 6만5704대를 해외에서 판매했다. 그 가운데 미국 판매량이 4만5233대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4만9621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 판매량을 새로 썼는데 올해 10개월 만에 이 기록에 근접한 것이다. 미국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유럽은 글로벌 선진 자동차시장 가운데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제네시스가 올해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상품성 높은 전기차를 기반으로 미국에서의 좋은 분위기를 유럽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신차 약 472만 대 가운데 유럽 판매량은 약 128만 대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전기차 판매량 약 50만 대의 2배를 넘어서는 것이다. 

더구나 유럽의 전기차 전환 추세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자토다이내믹스는 유럽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이 올해 10% 초반대에서 내년 2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제네시스는 유럽에서 골프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현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네시스는 7월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언에서 열린 '2022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을 공식 후원했다. 이는 유럽 지역에서 제네시스가 처음으로 후원하는 골프 대회다.

앞서 제네시스는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골프 대회 스폰서를 다수 맡으며 국가별 프리미엄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골프를 주요 마케팅 소재로 삼는 전략을 펼쳐왔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겸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2022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파트너십 협약식'에서 "제네시스는 골프를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럭셔리차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스코티시 오픈을 후원했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