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ESG경영 평가에 반기 들어, 소신인가 연막인가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ESG경영 평가와 관련해 반대하는 시각을 뚜렷하게 나타내며 이와 반대되는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ESG경영에 반기를 들고 이와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경영 평가에 정치적 시각이 반영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평소 기업 경영에 머스크가 보여온 강력한 소신의 일부라는 해석도 있지만 자신의 시대착오적 판단과 경영 능력 부족을 감추기 위한 '연막'에 불과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28일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기업 평가에 반영되는 ESG경영 성과와 관련해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매우 뚜렷하게 강조해 오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ESG는 ‘악’ 그 자체다” 라는 짧은 글을 남기면서 스스로의 입장을 더욱 분명히 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플랫폼에 ‘표현의 자유’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테슬라가 ESG경영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문제삼은 다른 이용자의 글에 그가 직접 답변을 남긴 것이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측면의 경영 지표를 뜻하는 ESG는 현재 글로벌 투자기관 및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비재무적 측면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의 친환경 활동과 사회 기여도, 지배구조 투명성 및 안정성 등이 향후 기업 경영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잠재력이 있다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어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세계 주요 기업은 S&P(스탠다드앤푸어스) 등 평가기관의 ESG경영 지표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해 환경적 악영향 감소와 사회공헌 확대, 이사회 다양성 및 전문성 확보 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런 흐름에 확실하게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그의 발언뿐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뒤 초반부터 회사에 일으킨 여러 변화가 ESG경영과 확실히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새 유료 서비스 도입을 독단적으로 결정한 뒤 관련 임직원이 기한 안에 해당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짐을 싸서 회사를 나가야만 한다고 통보했다.

포천은 이처럼 임직원을 위협해 일을 하도록 만드는 사례가 ESG경영 평가에서 정의하는 사회적 경영과 완전히 상반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이사회 구성원을 모두 해임하고 스스로 단독 이사에 오르게 된 점도 기업 지배구조 평가 측면에서 상당히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혔다.

자연히 ESG경영에서 강조하는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 다양성 등 요소가 전혀 적용될 수 없는 의사결정 구조가 트위터에 갖춰지게 됐기 때문이다.

테슬라 역시 이런 기준을 두고 볼 때 ESG경영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수의 외국언론에 따르면 테슬라 전직 임직원은 머스크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근로자를 향한 무리한 연장근무 요구, 인격 모독 등이 회사에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언급을 내놓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ESG경영 평가에 반기 들어, 소신인가 연막인가

▲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 공장.

테슬라가 올해 상반기부터 S&P의 ESG경영 지표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S&P는 5월 테슬라를 S&P500 ESG경영지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내부의 근무환경 악화와 인종차별 문제, 테슬라 자율주행 기능으로 발생한 여러 사망사고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전기차 전문기업으로 ESG 가운데 환경영향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테슬라의 ESG경영 평가 대상 탈락은 상당히 의외의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머스크는 당시 S&P의 이런 결정에 반발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ESG 평가는 사기행위에 불과하고 S&P는 공정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현재 머스크가 트위터 및 테슬라에 ESG경영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경영 기조를 앞세우고 있는 일도 테슬라의 ESG 평가 기준 탈락이 이유가 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머스크 지지자들은 S&P의 결정에 정치적 요소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머스크가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입장이나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앞세우면서 자신의 뚜렷한 소신을 밝힌 일이 테슬라를 향한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이 영구정지되는 등 트위터 플랫폼이 정치적 편향성을 갖추고 있는 일을 경계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머스크가 ESG경영 평가를 두고 ‘사기’와 ‘악’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기업의 경영 평가에 이런 정치적 사상이 반영되는 데 중요한 화두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ESG경영에 대한 그의 공격적 태도는 오히려 머스크의 역량 부족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의 경영 방식이 해당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기 어려운 만큼 머스크가 이를 부정하면서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가 ESG경영을 비판한 트위터 글에 답글을 남긴 사용자들은 “ESG는 공산주의” 또는”누군가는 목소리를 내 해야만 했던 말”이라며 그에 동조하는 의견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반면 일부 사용자들은 “일론 머스크가 더 악에 가깝다”거나 “그가 과거에 했던 발언과 상반되는 입장”이라며 비판적 의견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