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미국 배터리 생산능력 확장과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 강화에 속도를 낸다.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2030년 글로벌 1위 배터리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가파르게 성장하는 미국 배터리시장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온 미국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최재원 현대차와 협업은 도약 기회

▲ SK온이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을 계기로 중장기 가파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사진)은 이처럼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기업'으로 나아가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전기차 생산의 미국 현지화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현대차와 SK온이 미국 내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두 회사의 미국 합작공장 추진은 SK온이 ‘비테슬라(Non-Tesla)’ 진영의 시장 리더 가능성이 높은 현대차그룹과 협업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업계와 배터리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과 SK온이 이르면 이번 주에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합작법인 규모는 연산 20GWh(기가와트시), 투자금액은 2조5천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SK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합작법인 설립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5월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데 6조3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는 전기차 공장 주변에 ‘배터리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배터리셀 공장’ 설립 계획도 포함됐다.

이에 현대차와 미국 배터리사업에서 손잡을 파트너 합작사로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SK온은 현재 현재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고 2024년 출시될 아이오닉7에도 배터리를 공급한다.

또 미국 조지아주에 이미 배터리 단독 공장을 가동하거나 가동을 앞두고 있어 현대차와 합작법인을 세울 때 관련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합작공장을 짓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서도 배터리 합작공장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에는 현대차그룹의 첫 미국 배터리사업 공식 협력 배터리기업으로 낙점된다는 의미가 크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과 협력을 포함해 미국 배터리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배터리사업을 점찍은 만큼 오너경영인으로서 최 수석부회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을 글로벌 배터리 선두기업을 향한 도약대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과 함께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된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이 사용돼야 하는 ‘배터리 부품 조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추출 및 처리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광물이 사용돼야 하는 ‘핵심 광물 조건’도 담겨 있다.

내년부터 배터리 부품 조건은 50%, 핵심 광물 조건은 40%를 시작으로 그 비율은 단계적으로 상승한다. 이에 따른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배터리 시장은 2021년 64GWh에서 2025년 453GWh로 연평균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1년 40GWh에서 2025년 220GWh 이상으로 5배 넘게 확장하기로 했는데 2025년 목표 생산능력 가운데 40%가 넘는 94GWh가 미국에서 계획되고 있다.

SK온은 연산 10GWh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단독 1공장의 상업가동을 올해 1분기 시작했다. 내년 1분기 안에 12GWh 규모의 조지아주 단독 2공장도 상업가동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7월 출범한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의 3개 공장(테네시주 1개, 켄터키주 2개)을 통해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연산 129GWh의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핵심 광물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온은 올해에만 칠레 SQM, 호주 레이크리소스·글로벌리튬·시라,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외 다수의 기업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요건을 충족하는 리튬, 흑연 니켈 등의 광물 공급장기계약 또는 양해각서를 맺었다.

SK온은 이 기업들과 단순히 광물 공급계약뿐 아니라 미래 광물 생산시설의 투자, 폐배터리 재활용사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약속하며 중장기 광물 확보 전략도 세우고 있다.

이처럼 SK온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향후 북미시장 대응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2월 SK온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출범 때부터 SK온을 이끌어온 지동섭 대표이사 사장과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했다.

지동섭 사장이 생산안정화 등 경영 전반을 맡고 오너경영인인 최 수석부회장은 성장전략 및 글로벌 네트워킹을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수석부회장은 SK온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둔 올해 9월30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2030년 글로벌 1위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워 힘차게 달려가자”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