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규모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모자란다. 새로운 공장이 더 필요하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얘기다.

인천 송도를 근거지로 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4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5공장 설립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항체 치료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년 5공장 착공 가시화, 위탁생산 물량 줄줄이 대기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을 지은 뒤 곧바로 5공장 착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4공장 이미지. <삼성바이오로직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르면 내년 안에 5공장을 착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023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증설 계획이 구체화하는 해가 될 것이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생산 물량의 80%를 확보한 후인 2023년 하반기 구체적인 증설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에 관해 추가로 16개 이상의 기업과 약 25개의 품목 수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품목들의 수주는 2023년 6월 4공장 완전가동을 전후로 가시화될 것이며 이 경우 5공장 착공의 근거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앞서 올해 10월 준공해 부분가동에 들어간 4공장는 24만 리터(ℓ) 생산능력을 보유해 단일 공장을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18만 ℓ)이 갖고 있던 세계 최대 공장 타이틀을 빼앗은 것이다.

이런 대형 생산시설을 마련한 지 약 1년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새로운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풍부하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 생산 품목은 항체 치료제다. 항체 치료제란 특정 병원체를 공격하는 항체를 치료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항체를 만드는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한 뒤 항체만 따로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항체 치료제는 현재 세계 바이오의약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존 치료제에 더해 항체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어서다. 

신약개발도 활발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연평균 신약 50건을 승인하는데 이 가운데 10건을 항체 치료제가 차지한다. 올해는 11월까지 항체 치료제 8건이 승인됐는데 이 가운데 3건은 10억 달러 이상 매출이 예상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여기에 더해 6건에 이르는 항체 치료제가 내년 상반기까지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알츠하이머병 항체 치료제다.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카네맙’,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 등에 대한 승인 여부가 내년 결정된다. 특히 일라이릴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존 고객사라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상업화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새로운 일감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비롯한 항체 치료제 신약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임스 박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영업센터장 부사장은 11월 초 제약전문 매체 엔드포인트와 인터뷰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등의 생산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년 5공장 착공 가시화, 위탁생산 물량 줄줄이 대기

▲ 삼성바이오로직스 1~4공장 생산 규모.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처럼 항체 치료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마련한 4공장도 머지않아 생산능력이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공장은 10월 6만ℓ 부분가동을 시작했고 내년 6월부터는 나머지 18만ℓ까지 가동할 것으로 예정됐다. 부분가동 전에 이미 글로벌 제약사 5개로부터 7개 제품에 대한 수주를 확보했다.

이호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공장은 소규모 제품부터 생산을 시작했던 3공장에 비해 빠른 속도로 가동률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5년부터는 4공장 전체 풀가동 매출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공장을 비롯한 후속 공장을 조성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4공장은 인천 송도에 있는 제1 바이오캠퍼스 부지에 지어졌다. 이후 5공장부터는 최근에 마련한 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에 건설된다. 제2 바이오캠퍼스에는 전체 사업비 7조 원가량이 투입돼 제1 바이오캠퍼스 이상의 생산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예정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제2 바이오캠퍼스는 4공장 이후 항체의약품 대형 설비 증설을 포함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등 신사업 관련 시설 확충에 활용할 것이다”며 “5공장 등 추가 증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증설 계획이 완료된 시점에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