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슈퍼을' 한국에도 있다, 원자현미경 세계2위 파크시스템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극자외선 노광장비 도입을 확대하면서 초미세 반도체 공정을 점검할 때 필요한 원자현미경(AFM) 생산기업 파크시스템스의 사업기회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파크시스템스의 원자현미경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네덜란드 기업 ASML은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생산해 반도체업계의 '슈퍼 을'이라고 불린다.

극자외선 노광장비 확보 여부에 따라 반도체 사업의 명운을 가를 수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극자외선 노광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도 중요한 반도체 장비를 생산해 ASML처럼 슈퍼 을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원자현미경(AFM) 생산기업 파크시스템스다.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극자외선 노광공정 도입이 확대되면서 반도체의 완성도를 점검하는 원자현미경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초미세 공정 강화 추세에 따라 첨단 나노계측장비인 원자현미경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업체인 파크시스템스의 사업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크시스템스는 미국 브루커(Bruker)에 이어 원자현미경 시장에서 점유율 2위에 올라있는 업체다. 전세계 11개 나라에 12개의 현지 법인과 39개 나라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쓰고 있다.

특히 반도체 노광공정에 활용되는 산업용 원자현미경 시장에서는 6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광공정은 웨이퍼 위에 원하는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해 회로 패턴을 그려넣는 공정을 말한다. 이 때 패턴을 새기는 일종의 ‘붓’으로 빛을 활용하기 때문에 포토(Photo) 공정이라고도 불린다.

반도체 노광공정이 초미세해질수록 품질을 점검하는 원자현미경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쌀알에 미술작품을 조각할 때 현미경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반도체 시장에서 원자현미경 수요는 전자현미경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지만 극자외선 노광장비 도입에 따른 공정 초미세화 및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 도입에 따라 원자현미경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파크시스템스가 개발한 원자현미경 제품은 기존 반도체업계에서 활용되던 원자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과 달리 '비접촉식' 방식을 채택해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제품들은 시료와 접촉하는 방식의 현미경을 채택해 왔기 때문에 시료를 손상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반도체 웨이퍼에 정확한 회로가 그려졌는지를 판단하는데 부정확한 분석자료를 얻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파크시스템스는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 “파크시스템스가 개발한 원자현미경은 독보적 기술력으로 경쟁사들이 쫓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측정자동화 기술과 비접촉식 검사방식은 파크시스템스가 약 15년 가량 연구를 통해 개발한 기술로 고객사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파크시스템스의 지난해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연구용 원자현미경 13%, 산업용 원자현미경 78%, 기타 소모품 9% 등이다. 수익면에서는 산업용 원자현미경이 연구용보다 마진이 크게 높아 고부가제품으로 분류된다.

파크시스템스의 주요 고객사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ST마이크론 등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극자외선 공정이 범용화 되는 과정에서 극도로 미세해지는 회로 결함(Defect)를 제거하기 위해 원자현미경 장비는 필수적으로 쓰일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극자외선 공정장비는 지금껏 주로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주로 쓰였는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세 공정 경쟁이 가열되면서 극자외선 공정장비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선두 업체들은 내년 1분기 차세대 미세공정 1b(10나노급 5세대)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1b공정은 기존 최신 D램 생산공정인 14나노(1a) 공정보다 회로폭을 대폭 줄인 12나노 생산공정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도입까지 계획하면서 반도체업계에서 가장 먼저 EUV 장비를 D램 공정에 적용하며 큰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모두 50대 가량의 EUV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이천 반도체 공장에 EUV장비 2대를 적용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전자업계에서는 10나노 초 반대 이후 공정부터는 기존의 반도체 노광장비로는 생산성 확보가 어려워 반도체 업계에서 EUV 확보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업체들이 극자외선 장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완성도 높은 수율을 확보를 위해 정밀점검 장비인 원자현미경의 중요성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율(양품 비율)확보는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해 사업규모를 키워가는데 중요한 요소인 만큼 원자현미경은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불가결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제조산업에서 극자외선 노광공정을 적용하는 구조적 변화가 거세게 몰려옴에 따라 국내 가치사슬(밸류체인)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원자현미경 기술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파크시스템이 크게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