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언론들이 TSMC의 미국 투자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4일 ‘TSMC 제조 유출에서 본 미국의 이기주의, 대만경제를 파내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정치인들은 자국 제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뿐 대만의 경제적 이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일은 결국 대만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언론 TSMC 미국 투자 비판, "대만 반도체산업 발전 저해"

▲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4일 TSMC의 미국 투자가 대만 경제와 반도체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TSMC는 현재 120억 달러(약 15조7천억 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2024년부터 3나노를 포함한 5나노 공정 이하 반도체를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리스 창(장중머우) TSMC 창업주는 21일 대만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가장 앞선 기술인 3나노 공정이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에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현재 대만과 한국 등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 등을 통해 TSMC와 삼성전자 등 아시아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유도했다.

삼성전자도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2공장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등의 측면에서 미국은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에 유리한 지역은 아니다.

인플레이션, 공급망 긴장, 반도체 노동력 부족, 임금 인상이라는 문제는 수년 동안 미국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TSMC가 미국에서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대만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주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대만보다 비용이 50% 더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언론이 이처럼 TSMC의 미국 투자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는 것은 대만과 미국의 반도체동맹이 강화되면 중국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0월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장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TSMC는 1년의 수출규제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그 뒤에는 TSMC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 공급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TSMC가 제조하는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도 미국에 의해 중국 수출이 금지됐다.

TSMC가 제조하는 반도체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반도체 패권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에 TSMC가 공장을 짓는 것이 달갑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TSMC가 미국에 지사를 설립해 대만에 있던 고급 일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김으로써 대만 현지인들은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TSMC는 대만섬, 중국 본토의 사람들과 기업의 이익을 해치지 않기 위해 결정을 재고할 때”라고 주장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