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기립박수 받은 가나의 10세 소녀, 기후위기를 시로 담아내다

▲ 나케얏 드라마니 샘 가나 기후운동가가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유튜버 라플러(Rappler) 업로드 영상 캡처> 

[비즈니스포스트]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도 아니었다.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가장 박수를 많이 받았던 연설자는 누구였을까. 가나에서 온 어린 소녀였다."
 
23일 열린 COP27 결과 공유와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국내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화제의 인물을 소개했다.  

그 주인공은 가나에서 온 10살 소녀, 나케얏 드라마니 샘이었다. 

김 대사는 샘을 '회의 분위기를 바꾼 일등공신'으로 치켜세웠다. 

김 대사는 "이 소녀가 굉장히 호소력 있는 발언을 해서 회의 분위기를 확 바꾸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10세의 소녀가 어떤 연설을 했기에 회의 분위기가 바뀌었을까. 

AP통신에 따르면 샘은 연설에서 홍수로 인해 파괴된 자신의 고향, 가나의 자연에 관해 설명했다. 

샘은 "홍수로 차가 물에 잠겼고 사람들은 카누를 젓고 있었다"며 "정말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지불연체'라고 불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신들은 이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들은 정말 똑똑하니까. 가나에 있는 사람들은 매우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지불연체란,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관한 공여금 채무 이행을 미루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지불연체를 주장하는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개발도상국들의 고통에 선진국들이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샘은 참석자들에게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를 만났던 일을 전했다. 

샘은 케리가 78세로 자신보다 나이가 아주 많으며 자신은 그가 죽은 후에도 이 지구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에둘러 말했다. 

"그 만남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내가 그의 나이가 될 때쯤이면 신의 뜻에 따라 금세기 말이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금 속도로 오염(온실가스 배출)을 하면 10년 안에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가지고 계산을 해봐라. 긴급 상황이다."

샘은 자신이 시인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지은 시를 읊었다. 부유한 나라들에게 역사적인 기후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상하라는 권고로 끝나는 시였다. 

샘이 연설을 마치자 청중은 기립박수를 쳤다. 그러자 샘은 "우리는 미래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말할 때 사람들은 귀를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AP와 가진 인터뷰에서 샘은 몇 년 전 나무에 대한 사랑을 깨달으면서 이런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샘은 가나의 나무에 대한 어린이 책을 썼고 지금까지 1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김 대사는 "샘의 연설을 들은 많은 장관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며 "이번 COP27은 명실공히 기후취약국의 당사국 총회였다"고 말했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