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성생명법안 개정까지 먼 길, 박용진 "삼성 철벽수비 뚫은 것"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네 번째)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어제는 역사적 날이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토론회’에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을 놓고 감격에 차서 한 말이다.

박 의원은 2022 피파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한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축구 경기를 이긴 것에 빗대 국회 입법 역사상 삼성그룹의 ‘철벽수비’가 뚫린 것이라며 이번 법률안 상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다는 것은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첫 발걸음을 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류안은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었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국회의원들의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박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이 시장가격 기준으로 총 자산의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만약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생명은 3% 기준을 넘어서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법률안에 관한 토론회였으나 이날 토론회장은 의외로 한산했다. 

세미나실의 좌석 곳곳은 비어 있었고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토론회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30여 명을 채 넘지 못했다.

아무래도 토론회 자체가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열린 행사이고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넘어설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영향을 준 탓으로 보였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면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법제사법위원장을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맡고 있기 때문에 진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박용진 의원은 다소 한산한 토론회장을 의식해서인지 “오늘 토론회는 같이 노력해왔던 우리 편을 중심으로 모셨다”며 “앞으로 공청회 등에서 이 법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통과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력하겠다”며 짧게 답했다.
 
[현장] 삼성생명법안 개정까지 먼 길, 박용진 "삼성 철벽수비 뚫은 것"

▲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토론회’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한 이들 모두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제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두고 ‘남의 돈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왜곡된 지배구조의 유지라는 억지 때문에 수많은 보험 계약자의 권익이 지금도 훼손되고 있다”며 “이제는 국회가 결단하고 행동할 때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토론자로 나와 보험업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두고 “한국 재벌의 이상한 지배구조를 정상화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제조업의 고도화, 탄소중립의 이행,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산업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소유지배 구조를 단순화시키는 개혁과 출자구조 규제 개선을 통해 산업전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속 이상훈 변호사도 유일하게 검토한 법률안 반대 논거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따른 증시 영향이라면서 “사회적 논의에 따라 주식 매각의 범위와 속도를 일부 조절할 수는 있어도 현재와 같이 비정상화의 일상화를 계속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