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통 금융회사들이 디지털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금융에 가장 위협적 존재가 되고 있는 빅테크 기업 네이버에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네이버는 누가 뭐래도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에 손 내미는 금융사, 고객 확대 절실해 눈물 머금고 '적과의 동침'

▲ 전통 금융사들이 네이버와 협력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네이버 현대카드 이미지.


반면 금융사들은 아직 자체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 확대가 절실한 금융사는 역설적으로 디지털 전환의 경쟁사인 네이버와 ‘적과의 동침’도 꺼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금융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으로는 하나은행이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함께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을 출시했다. 하나은행 계좌에 네이버페이 선불충전금을 넣어두고 쓰면 이자 혜택과 포인트 적립 혜택이 제공되는 상품이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10월 네이버와 내놓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는 네이버의 멤버십 프로그램인 ‘네이버플러스’ 이용에 특화한 혜택을 제공한다. 

카드 전달 이용실적이 30만 원을 넘으면 멤버십 이용권이 무료로 지급되고 제공하고 네이버플러스 대상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최대 5% 적립해 준다.

신한카드도 2020년 5월부터 네이버페이 사용에 혜택을 주는 ‘라인프렌즈 신한카드’를 판매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11월 한 달 동안 네이버페이 첫 결제 고객을 대상으로 포인트를 추가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통 금융사들이 네이버와 손을 잡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어 보인다.

일단 하나은행과 현대카드, 신한카드 등이 네이버와 함께 출시한 상품들을 들여다보면 젊은 고객 유치에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과 현대카드, 신한카드가 네이버와 협업한 상품들은 모두 네이버의 간편 결제사업인 네이버페이와 연결돼 있다. 

네이버페이는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결제수단으로 이와 관련해 혜택을 제공한다면 젊은 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네이버 현대카드만 해도 전체 발급회원의 65%가 20~30대로 알려졌다. 네이버 현대카드는 지금까지 36만 장이 발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가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활용하면 금융상품을 판매하기가 한층 편하다는 이점도 있다. 네이버 이용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비대면으로 판매를 진행해도 성과가 좋다. 

하나은행이 출시한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은 50만 좌만 한정 판매되는데 현재 추세를 살펴볼 때 올해 안으로 완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의 월활성이용자수(MAU)는 6월 기준 4013만 명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곳 시중은행 플랫폼 MAU를 더한 값을 웃돈다.

네이버가 보유한 디지털 역량을 배우고 싶어하는 금융사들도 있다. 주로 지방은행에서 이러한 요청이 나온다. 

지방은행들은 네이버와 협업에서 디지털 업무 처리 과정 등과 관련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NK경남은행은 지난해 10월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IT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한 포용금융 서비스 제공에 집중해 온 네이버파이낸셜의 디지털 역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당장은 전통 금융사의 구애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네이버와 전통 금융사의 협력 관계는 잠재적 경쟁관계라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금융 생태계 확장에서 직접적으로 금융산업에 진출하기 보다는 금융사와 협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는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적 금융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직접적으로 라이선스도 취득하겠지만 지금은 금융소비자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니즈를 충족하는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먼저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