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 손실 본 개도국에 보상 길 열려, COP27 밤샘 논의 끝 극적 합의

▲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이집트 샤름 엘 세이크에서 20일 새벽 3시 폐막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종료 시한을 넘기고 새벽까지 이어진 각국 협상단의 밤샘 협상 끝에 기후재앙으로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들이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이 극적으로 열렸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는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기후 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취약 국가에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을 제공하기로 하는 획기적인 합의로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의(COP27)가 폐막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럽연합과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1992년 리우 지구 정상회담 이후로 처음으로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만들게 됐다.

기금의 규모와 보상 범위 등 세부사항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개발도상국 등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들은 재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 사무총장은 “우리는 기후변화로 삶과 생계가 망가진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숙고하면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자금 지원을 두고 수십 년 간 대화를 나눈 끝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COP27은 또 전 세계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로 제한하겠다는 약속, 석탄발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화석에너지 사용의 단계적 중단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샤름 엘-셰이크 실행 계획’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결정에는 저탄소 경제로의 글로벌 전환에는 연간 최소 4조~6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담겼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이러한 자금을 제공하려면 정부, 중앙은행, 상업은행, 기관투자가 및 기타 금융 행위자를 참여시키는 금융 시스템과 구조 및 프로세스의 신속하고 포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상당 기간 진통이 이어졌다.

20일 CNN,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기후 재해에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은 '손실과 피해'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10년 넘게 고군분투했다. 손실과 피해는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비경제적 손실을 뜻한다.

그 사이 사회간접자본 등 기반 시설이 부실한 개발도상국들은 가뭄, 홍수 등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올해 9월 파키스탄에선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7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전체 인구의 약 15%인 3300만 명이 수재민이 됐다.

하지만 지난 8일부터 열린 COP27에서 선진국들은 기후 재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기금에 쉽게 서명하지 않았다. 먼저 산업화를 이룬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그동안 내뿜은 온실가스가 개발도상국들보다 많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급성장하는 중국과 같은 국가나 석유를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나라들이 '손실과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자금을 받기보다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30.6%를 차지했다.  

당사국 간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18일 폐막 예정이었던 COP27은 20일 새벽까지 연장됐으나 긴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이집트에서 열린 회의장에서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을 설립하고 운용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숙 심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