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꿈, '수도 이전' 인도네시아에서 펼친다

▲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 신수도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 구축 사업에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력하며 초기단계의 항공모빌리티 사업 경쟁력을 키울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국가적 숙원 사업이던 수도 이전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신수도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 구축 사업에서 협력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키울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대차그룹의 미래모빌리티 사업 관련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국토를 구성하는 5대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자바섬에 인구와 GDP(국내총생산)의 절반 이상이 집중돼 있다. 

이에 위도도 대통령은 인구 과밀과 교통 체증, 대기 오염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수도를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주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신수도를 최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을 세운 만큼 스마트모빌리티 시스템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동남아 최대 항공 시장인 인도네시아는 1만8천 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져 육로 교통이 발달하기 힘든 환경에 놓여있다. 

위도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쌓아둔 정 회장으로서는 인도네시아를 현대차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미래모빌리티 사업을 펼칠 기회의 땅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수도 누산타라는 현재 수도이자 경제 중심지인 자카르타에서 항공편으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인도네시아로서는 활주로 없이 도심에서 이착륙이 가능한 AAM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인도네시아 신수도청과 스마트 모빌리티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신수도청은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업무를 총괄하는 정부 조직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신수도 내 AAM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지상-항공 통합 모빌리티 개념 검증과 시험 비행 등 AAM 생태계를 운영하는 실증사업을 펼치게 된다.

AAM은 현대차그룹이 기존에 밝힌 사업영역인 UAM(도심항공모빌리티)에서 더 나아가 RAM(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UAM이 도심 내 운행되는 수직이착륙 기체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면 RAM은 주요 도시·지역 거점 간 이동을 위한 친환경 기체 개발 영역을 뜻한다.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은 446조 루피아(약 40조 원)을 투입해 2024년 수도이전을 시작해 2045년까지 완료하는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도 이전 관련 투입 예산의 19.2%를 정부재정으로 부담하고 나머지는 민관 합작투자 및 민간 투자로 충당할 계획을 세웠다.

위도도 대통령으로서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 정 회장의 AAM 등 인프라 관련 참여가 수도이전 자금 확보와 관련해서도 중요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도 신수도를 건설하는 인도네시아가 최적의 AAM 사업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밤방 수산토노 인도네시아 신수도청장은 "신수도에 AAM을 도입하는 것은 인도네시아의 '살아있는 실험실'로서 배움과 노동,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는 신수도청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에서 미래항공모빌리티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본부장 사장 겸 슈퍼널 CEO도 첨단 항공모빌리티가 대중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승객 경험부터 규제와 인프라까지 모든 조건들이 처음부터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이 미래항공모빌리티 사업경쟁력을 크게 높일 기회를 맞은 셈이다. 

더욱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쌓은 깊은 신뢰관계는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그룹의 AAM 사업 전망을 밝히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2018년 9월 총괄수석부회장에 올라 사실상 경영을 책임지게 된 뒤 위도도 대통령을 6번이나 만났다. 글로벌기업 수장이라도 한 국가의 원수를 여러 차례 만나는 일은 각별한 신뢰관계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특히 올 7월에는 한국을 방문한 위도도 대통령이 정 회장과 단독으로 만나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의 미래산업분야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위도도 대통령은 정 회장과 면담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신행정수도 건설과정에서도 현대차그룹이 클린 모빌리티 등 중요한 솔루션 제공의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꿈, '수도 이전' 인도네시아에서 펼친다

▲ 현대차그룹의 미국 UAM 법인 슈퍼널이 영국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공개한 UAM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 <현대차>

정 회장은 2019년 9월 미래항공모빌리티 관련 전담 부서를 새로 만든 뒤 기술개발과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월 현대차그룹은 미국 계열사 슈퍼널을 통해 국제 에어쇼에 처음으로 참가하고 UAM 기술력과 비전을 선보였다.

영국에서 열린 세계 2번째 규모의 판버라 에어쇼에서 슈퍼널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기체의 내장 콘셉트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정 회장은 에어쇼 현장을 직접 찾아 항공기 엔진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지닌 영국 롤스로이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RAM 기체의 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 및 배터리 추진 시스템 등과 관련한 공동연구를 2025년까지 수행하기로 했다.

슈퍼널도 에어쇼에서 항공기 배터리 제조 업체 EPS와 UAM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부터는 영국의 버티포트 스타트업인 어반에어포트와 협력해 도심 내 교통허브 건설에 대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모델을 선보이고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 기체를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은 수석 부회장 시절이던 2019년 임직원과 타운홀미팅에서 "그룹의 미래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을 것"이라며 항공모빌리티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