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세 도입 연기되나, 투자자 반대 목소리에 정치권 태도 바꿔

▲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유예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연일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시행을 둘러싸고 여야가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2023년 금투세 시행을 고집해 왔으나 내부 논의 끝에 증권거래세를 현행 0.23%에서 0.15%로 낮추고 주식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10억 원으로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2025년부터 시행하는 '조건부 유예' 안을 내놨다. 

2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금투세를 애초 도입 시점보다 2년 늦춘 2025년부터 시행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여야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금투세는 투자자가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천만 원을 넘으면 수익의 20%(3억 원 초과분의 경우 25%)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에는 10억 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만 주식 양도 때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냈지만 금투세가 도입되면 과세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여야는 2020년 합의를 통해 금투세를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를 2년 늦춘 2025년부터 시행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논쟁을 해왔다. 

최근 3년 기준으로 1년에 5천만 원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는 전체의 0.9%(6만7271명)에 불과하지만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금투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18일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투세를 2년간 유예하거나 도입에 반대한다는 응답비중이 57.1%라는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10월 중에는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에 대한 국민 청원이 올라왔는데 15일 만에 동의가 5만 건이 넘었다. 

금투세 도입에 합의한 2020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리상승과 경기침체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투세가 도입되면 과세기준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슈퍼 개미들이 세금을 피하고자 금투세 시행 전에 보유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할 수 있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해외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미국은 주식매도 수익분의 20%가량를 주식양도세로 거둬들이지만 장기보유에 대한 혜택이 적용돼 주식을 오래 들고 있던 투자자들에게는 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금투세가 도입되고 5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면 22~27.5%(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 경우 미국증시 투자와 비교해 국내증시의 매력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금투세는 2020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다. 

조세원칙에 따라 금투세 시행을 원안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금융소득에 과세하는 금투세는 너무나 상식적인데 그동안 방기해온 것이다”며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이 조세 정의와 조세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