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케이팝 음반 지구 '위협', 환경연 "기획사가 쓰레기 양산 조장"

▲ 케이팝포플래닛 관계자들이 4월21일 BTS소속사 하이브 사옥 앞에서 친환경 앨범 선택지 도입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케이팝(K-pop) 음반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다.

하지만 기획사들이 팬들에게 사행심을 조장해 대량의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환경운동연합은 17일 보도자료에서 “올해 케이팝 음반 판매량이 7천만 장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케이팝 기획사들이 랜덤 구성품으로 팬심과 사행심을 동시에 이용해 실물 앨범 판매량을 늘려 버려지는 음반 쓰레기가 속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랜덤 구성품이란, 구매자가 뜯어보기 전엔 알 수 없도록 무작위로 넣은 포토카드나 포스터 등과 같은 구성품을 뜻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좋아하는 가수의 모든 구성품을 모으기 위해 적게는 열 장 내외부터 많게는 수백 장에 달하는 앨범을 구매해야 한다”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듣지도 않을 수백 장의 플라스틱을 구매하고 버려야 하는 피로와 죄책감까지 모두 K-POP 팬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앨범 케이스는 플라스틱 소재지만 분리배출 여부가 불분명하게 표기돼 있다. 그 커버와 구성품은 대체로 코팅지로 이루어져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환경운동연합은 “종이류로 분류되는 앨범 내 구성품 쓰레기들은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폐기물 부담금 또한 기획사들의 수익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팬들의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은 “인기 있는 멤버의 희소성 있는 사진 등 랜덤 구성품은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며 “재정 자립도가 낮은 청소년들의 사행심을 부추겨 과소비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잘 나가는 케이팝 음반 지구 '위협', 환경연 "기획사가 쓰레기 양산 조장"

▲ 연간 케이팝(K-pop) 실물 앨범 판매량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음반기획사들은 세 가지 방식으로 과도한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먼저, 기획사들은 랜덤 구성품을 넣어 팬들이 가지고 싶은 포토카드 등 구성품이 나올 때까지 구매하게 만든다.

또, 음반 판매처별로 다른 포토카드나 포스터 등 구성품을 넣어 팬들이 여러 판매처를 방문하게 한다. 한정판이나 스페셜 버전 등 다양한 버전의 음반을 만들어 추가 구매를 유도한다. 

불필요한 음반 구매는 판매량 급증으로 이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써클차트 자료를 토대로 케이팝 음반 판매량이 올해 9월 6천만 장을 돌파했으며 연말까지는 7천만 장 이상 판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이팝 연간 판매량은 2016년에 1천만 장을 넘긴 이후 6년여 만에 6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에는 1693만여 장, 2018년에는 2282만여 장, 2019년에는 2509만여 장, 2020년에는 4170만여 장이 팔렸다.

해법으로 환경운동연합은 음반 구성품 정보, 팬미팅 등 특전 추첨과정, 팬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음반차트의 집계 기준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규제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