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트럼프 2024년 대선 출마 선언, 대선가도 가시밭길 예상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15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구호를 다시 꺼내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이 2년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출마를 선언하며 경쟁자들보다 한 걸음 먼저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선거 책임론이 이는 데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어 대선 가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영광스럽게 만들기 위해 오늘 밤 나는 미국 대통령 입후보를 발표한다"고 말하며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6년 대선 승리, 2020년 재선 실패에 이어 세번째 도전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4년의 임기를 마친 후 다음 대선에 연이어 나가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차차기 대선에 나갈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을 지낸 뒤 차차기 대선에 나와 승리한 대통령도 존재한다.

22대 대통령을 지낸 그로버 클리브랜드 전 대통령은 제23대 대선에서 벤저민 해리슨 전 대통령에게 패배해 연임에 실패했으나 24대 대선에서 승리해 재선에 성공했다.

다음 미국 대선이 2024년 11월5일로 아직 2년가량 남았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초 미국 정가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간선거 승리를 발판삼아 조기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이를 통해 대세론을 확산해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기선 제압을 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 단위 선거까지 포함해 300명 이상의 후보자를 지지했으며 30차례 가량의 선거 지원 유세를 벌였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기부단체인 슈퍼팩은 선거 직전 6주 동안 TV광고에 1600만 달러(약 218억 원)을 쏟아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과 자본 등을 토대로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며 정적을 쳐내고 그 자리에 '친 트럼프' 인사를 대거 앉히면서 공화당이 '트럼프당'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예상과 달리 중간선거에서 고전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하원에서 가까스로 앞서고 조지아주 결선 투표에 관계 없이 상원은 민주당에 내주게 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출마 선언을 늦추자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으나 트럼프는 강행했다. 출마 선언을 연기하게 되면 자칫 선거 패배 책임론을 인정하는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가도는 가시밭길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의 '라이징스타'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강력한 경쟁자로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주 선거에서 개표 초반부터 압도적으로 승기를 굳혔고 두 자릿수 차이로 재선에 성공하며 일거에 유력한 공화당 대선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중간선거 패배 직후 실시된 전국 여론조사에서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디샌티스 주지사를 꼽는 의견이 많다.

야후뉴스와 유고브가 전국 유권자를 상대로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해 14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디샌티스 주지사(42%)가 트럼프 전 대통령(32%)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텍사스 공화당과 여론조사기관 CWS 리서치가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해 15일 발표한 결과에서도 '오늘 공화당 대선 경선이 치러지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43%가 디샌티스 주지사를 꼽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응답자는 32%였다.

2021년 1월6일 연방의회 난입사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폭도들이 대선 불복을 외치며 미국 민주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연방의회 의사당을 폭력적으로 점거한 사태는 미국 헌정사상 가장 어두운 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당시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의회난입을 선동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미국 시민들이 이를 용납할지는 미지수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의회난입 사태와 관련한 하원 특별조사원회 조사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며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으로 일부 기밀 문건을 유출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후 사법당국이 압수수색에서 기밀 문서를 비롯해 다량의 정부 문서를 확보했고 미국 법무부가 수사를 이어가면서 사법처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