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IBK기업은행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주가 흐름을 눈여겨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중 자산효율화 계획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매각 시기에 따라 회수 규모가 수백억 원 이상 차이날 수 있다.
 
기업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 보유지분 언제 팔까, 시기 따라 수백억 차이

▲ 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 매각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사.


16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기재부의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이 확정된 만큼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보통주 125만 주(2.24%)의 적절한 매각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는 1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177개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부동산 등 14조5천억 원 규모의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 매각도 포함됐다.

관련 안건은 이미 기업은행 이사회를 통과했다. 기업은행은 9월28일 열린 제8차 이사회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 매각 내용을 담은 ‘출자회사 주식매각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문제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주가가 올해 들어 증권업의 전반적 부진 등으로 크게 내렸다는 것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주가는 10월 이후 조금 반등했지만 여전히 5만 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16일 종가 5만6800원을 1년 전(2021년 11월16일) 종가 8만9700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37% 빠졌다.

주가 하락에 따라 기업은행의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 평가액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하고 있는데 2분기 말 지분가치를 771억 원으로 평가했다. 6개월 전인 2021년 말보다 24% 줄었다.

1년 전인 2021년 반기 보고서 평가액 1288억 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40% 감소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자금시장 경색에 따라 당분간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가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은 전날 리포트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식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기존 10만 원에서 6만3천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부동산 호황기에 관련 사업을 확대하며 전반적으로 차입 비중이 높아졌다”며 “부동산업황이 부정적인 만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과 관련한 대손비용도 전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주 시장 전망보다 좋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당시에도 증권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리포트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아직까지 시장 우려 대비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충당금 설정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를 감안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기업은행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지금의 주가 수준이 아직까지는 취득원가와 비교해 낮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을 429억 원에 취득했다. 이날 종가 5만6800원 기준 지분가치 710억 원의 60% 수준이다.
 
기업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 보유지분 언제 팔까, 시기 따라 수백억 차이

▲ 기업은행은 2005년부터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금융지주 앞 조형물. <한국투자금융지주>


기업은행이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을 소유하게 된 것은 약 17년 전인 2005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은행은 당시 증권자회사를 보유하지 않았는데 이에 따라 증권업과 시너지를 노리며 협력사로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선택했다.

현재 보유한 지분은 당시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취득한 것인데 지분 취득 당시(2005년 12월6일) 기업은행의 관련공시를 보면 “성공적 파트너십을 확보하고 전략적 제휴의 원활한 성과달성을 위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주식을 취득한다”고 설명한다.

이후 기업은행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핵심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 본점에 금융복합점포 역할을 하는 지점을 여는 등 협력사업을 확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2008년 증권자회사인 IBK투자증권을 설립한 뒤에는 더이상 협력사업을 실시하지 않게 됐고 이에 따라 결국 지분매각을 결정했다.

또 한 가지 기업은행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주가 회복을 기다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각 개별기관의 구체적 매각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다.

기재부는 관련 보도자료에서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은 기관 자율매각을 원칙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며 “2022년부터 2027년까지 각 기관의 연차별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업황이 올해 바닥을 지나 내년부터 살아나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주가 역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분 매각의 구체적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주가 추이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정시점에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