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선한 영향력 글로벌로, 케이팝포플래닛 탄소중립을 외치다

▲ 케이팝포플래닛은 기후위기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된 플랫폼으로 2021년 3월 공식적으로 설립됐다. 사진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사진을 찍은 누를 사리파(왼쪽에서 두 번째)외 케이팝포플래닛 관계자들.  <케이팝포플래닛> 

[비즈니스포스트]  “이번 캠페인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데 케이팝(K-pop) 팬들의 집단행동이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또 글로벌 리더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 행동합시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인도네시아 여성 누룰 사리파(24)는 이 이야기를 하려고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 열리고 있는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한국관에 왔다고 했다. 14일 한국의 국회기후변화포럼 주최로 열린 ‘탄소중립에 관한 케이팝의 역할과 도전’ 세미나 자리였다. 

사리파는 아이돌그룹 엑소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인이자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 캠페이너다. 그는 이날 ‘숲을 위한 팬들의 모임 : 케이팝과 기후 변화를 위한 새로운 글로벌 캠페인’을 주제로 연설했다. 

사리파는 세미나에서 “케이팝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는 팬심으로 조성한 숲들이 탄소 감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케이팝포플래닛에 대해 소개했다.
 
K-팝 선한 영향력 글로벌로, 케이팝포플래닛 탄소중립을 외치다

▲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케이팝 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진은 4월 서울 용산구 BTS소속사 하이브 사옥 앞에서 친환경 앨범 선택지 도입을 촉구하는 케이팝포플래닛 관계자들.<연합뉴스>

케이팝포플래닛은 기후위기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된 플랫폼으로 2021년 3월 공식 설립됐다. 

사리파는 “케이팝포플래닛을 통해 인도 아삼 지역에서 홍수로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를 위한 기금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이브 파푸아 포레스트(#SavePapuaForest)’ 해시태그를 퍼뜨려 파푸아뉴기니 지역의 빠른 삼림 벌채 문제를 널리 알렸다. 

케이팝팬들이 심은 망고나무 숲에선 망고가 자라 아프리카 사람들의 식량이 됐다. 방탄소년단 지민의 이름을 딴 숲은 지금 서울 한강에서 산소를 뿜어내 탄소 저감에 보탬이 되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방탄소년단 팬들과 함께 나무 입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케이팝 제로 에미션 콘서트' 등 모두 6개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공식적인 참여 팬 수만 3만3934명, 참여 국가의 수는 170개다. 
 
사리파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케이팝 팬들은 대부분 MZ 세대"라며 "기후위기로부터 즉각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에 기후 행동을 함께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집단행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국경을 초월한 케이팝 팬들의 결속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 국내 활동가인 이다연 캠페이너는 “숲을 만들고 다양한 기부 활동을 벌였던 케이팝 팬들의 행동력과 결집력을 한 데 모아 기후위기를 위한 움직임을 함으로써 케이팝 산업 자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쓰자는 게 케이팝포플래닛의 설립 배경”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사실 케이팝 팬들의 숲 조성 운동은 2010년대 초반에서부터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신화 숲', '소녀시대 숲' 등 케이팝스타의 이름을 딴 숲들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조성한 숲만 211여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예가 2012년 국내외 케이팝 팬들이 소셜벤처 트리플래닛과 협업해 조성한 2NE1 숲이다. 이들은 남수단에서 망고나무 1300여 그루를 심었다.  

임송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코리아 사무총장의 연구에 따르면 케이팝팬들이 진행한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감소한 탄소의 양은 2만8456톤에 달한다. 나무 450만 그루가 한 해 동안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과 맞먹는다. 
 
K-팝 선한 영향력 글로벌로, 케이팝포플래닛 탄소중립을 외치다

▲ 기후위기 대항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은 현지시각 14일 이집트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한국관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한 ‘탄소중립에 관한 케이팝의 역할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발표된 케이팝포플래닛 자료의 일부. <케이팝포플래닛> 

케이팝 팬들은 반환경적인 앨범 제작 관행도 바꾸고 있다. 

이 캠페이너는 “지난해부터 케이팝포플래닛은 꾸준히 케이팝 산업의 앨범 소비가 과도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캠페인인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를 진행한 이후 최근 대형 기획사들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3월부터 친환경 소재로 앨범을 제작했다. SM소속 아이돌 그룹 NCT 드림의 정규 2집 앨범은 자연분해 되는 콩기름 잉크와 종이로 만들어졌다.

JYP는 올해 6월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RE100을 이행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JYP엔터테인먼트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 받았다. JYP엔터테인먼트는 1년 동안의 전력 사용량에 해당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전국 14개 태양광 발전소에서 구매했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