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어둡고 음침한 성인용품점? 홍대 텐가 팝업스토어 편견에 맞서다

▲ 서울 마포구 AK&홍대 매장 1층에 마련된 텐가 팝업스토어는 바닥과 조명, 매장 내 집기 등을 모두 화이트톤으로 통일해 밝은 분위기로 꾸며졌다. 사진은 AK&홍대 텐가 팝업스토어 모습. <텐가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성인용품점에 대한 이미지는 썩 유쾌하지 않다. 어두컴컴하고 음침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이런 성인용품점에 대한 이미지를 깨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성인용품 브랜드가 있다. 바로 텐가다.

음지에 있는 성을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 목표라는 텐가코리아의 팝업스토어를 10일 방문했다. 서울 마포구 AK&홍대 매장 1층에 마련된 텐가 팝업스토어는 성인용품점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텐가 팝업스토어는 바닥과 조명, 매장 내 집기 등을 모두 화이트톤으로 통일해 밝은 분위기로 꾸며졌다. 매장 전면에는 유명 편집숍에 걸려있을 법한 그림도 걸렸다. 

무엇보다 텐가의 팝업스토어가 다르게 느껴지는 건 매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굿즈’의 역할이 크다. 

매장에서는 ‘텐가(TENGA)’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쓰여 있는 티셔츠, 가방, 모자, 파우치 등을 비롯해 로봇 피규어, 컵 등이 판매된다. 

텐가의 대표 제품인 남성용 자위기구를 본 따 만든 휴지케이스, 무드등 등 상품도 판매 중이다. 

이런 굿즈들은 매장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성인용품을 파는 곳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가지 않았더라면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이라고 착각할 법했다. 

성인용품 브랜드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는 옷이나 가방을 누가 살까 싶었지만 예상보다 방문객들의 관심은 높았다.

텐가에 따르면 이번 팝업스토어 굿즈 판매 매출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김태수 텐가 마케팅 기획부 매니저는 “굿즈가 예뻐서 사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굿즈를 선보이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굿즈를 통해 성인용품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자 하는 시도이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전환을 꾀하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현장] 어둡고 음침한 성인용품점? 홍대 텐가 팝업스토어 편견에 맞서다

▲ AK&홍대 텐가 팝업스토어에서는 가방, 파우치, 모자, 티셔츠 등 각종 굿즈 등을 판매하고 있다. <텐가코리아>

텐가의 주력 제품인 성인용품은 매장 안쪽에 마련된 구역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성인용품 구역은 19세 이상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분증을 제시한 뒤에 입장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텐가에서 판매하는 하위 브랜드 3종의 제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텐가의 하위 브랜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남성용 자위기구 ‘텐가’다. 

텐가 제품은 남성용 자위기구지만 마치 텀블러처럼 생겼다. 말해주지 않는다면 실제 용도를 알기 어려울 듯했다.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내부에는 여러 다양한 모양과 기능이 탑재돼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제품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는 김 매니저의 설명이 이어졌다. 

1만 원 미만의 일회용 제품부터 진동과 자이로센서가 탑재된 45만 원대 제품까지 종류와 가격대도 다양했다. 
 
성기능에 대한 고민이 있는 남성들을 위한 ‘텐가 헬스케어’ 제품도 판매한다. 조루, 지루 등 성적 고민이 있지만 병원에 방문하기를 꺼려하는 남성들을 위해 스스로 증상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들이다.  

김 매니저는 자신의 정자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정자 관찰 키트’는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라고 귀뜸했다. 
 
[현장] 어둡고 음침한 성인용품점? 홍대 텐가 팝업스토어 편견에 맞서다

▲ AK&홍대 텐가 팝업스토어에서는 텐가의 주력 제품인 남성용 자위용품들을 판매한다. <텐가코리아>

남성만 자위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텐가 팝업스토어에서는 여성용 자위기구도 만나볼 수 있다. 

텐가는 여성용 전문 브랜드 ‘이로하’를 론칭하고 여성용 자위기구를 내놓고 있다. 

텐가의 여성용 제품들은 남성의 성기를 형상화하는 등 시각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제품들이 많다는 편견을 깼다. 

여성용 제품들은 작고 말랑말랑한 재질로 작은 연필깎이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물에 띄워놓고 즐길 수 있는 제품은 조명까지 탑재돼 있어 마치 무드등이란 착각이 들 정도다. 

텐가는 여성용 제품의 설계부터 패키지 디자인까지 모두 여성 개발자에게 맡겨 여성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여성용 제품의 가격대는 1만 원대부터 10만 원 중후반대로 구성돼 있다. 남성용보다는 가격대와 제품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았다.  
 
[현장] 어둡고 음침한 성인용품점? 홍대 텐가 팝업스토어 편견에 맞서다

▲ AK&홍대 텐가 팝업스토어에서 여성용 자위용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AK&홍대에 마련된 팝업스토어는 텐가의 두 번째 팝업스토어다. 

텐가는 2년 전인 2020년 2월 홍대 연남동에서 국내 성인용품 브랜드 최초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기대보다는 호응을 얻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텐가가 AK&홍대점 1층에 팝업스토어를 열게 된 건 AK&홍대 측의 제안을 받아서다. 

AK&홍대는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주요 타깃층으로 잡고 기존 오프라인에서 보기 힘들지만 독특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10월부터 매장 1층에는 ‘아카블랭크’ 공간을 만들어 릴레이 형식으로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텐가는 아카블랭크의 두 번째 릴레이 팝업스토어다. 

AK&홍대 측의 제안을 받은 텐가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2년 전 팝업스토어에 대한 아픈 기억뿐만 아니라 AK&홍대 매장과 직선거리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학교가 있다는 점도 팝업스토어를 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었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200m 이내 지역은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위험시설, 유흥업소 등 교육환경 유해업소의 설치가 제한된다. 

텐가는 법적 자문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AK&홍대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지만 국내 인식과 법적 사항 등을 고려해 추가로 외부 가림막을 설치했고 성인용품은 가림막 안쪽 공간에만 비치했다. 

김 매니저는 “일본 텐가 본사에서는 좀 더 개방적으로 매장을 꾸리길 바랐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어 가림막 등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현장] 어둡고 음침한 성인용품점? 홍대 텐가 팝업스토어 편견에 맞서다

▲ AK&홍대 텐가 팝업스토어 전경. 추가로 가림막을 설치하고 가림막 안쪽에 성인용품을 배치했다. <텐가코리아>

AK&홍대가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와 신촌 상권에 인접해 있지만 사람들은 텐가 팝업스토어 안으로 발을 들이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방문객의 수는 많지 않았다. 

김 매니저는 “매장 안으로 선뜻 들어오지는 못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내부 사진을 찍는 고객은 상당히 많다”며 “호기심은 있지만 매장 안으로 한 걸음 발을 내딛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방문객이 많지는 않지만 커플뿐만 아니라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매장을 찾은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텐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팝업스토어가 문을 연 첫 주 평일에는 80~100명, 주말에는 200명가량이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

김 매니저는 “혼자 밥을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둘이 밥을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짜장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며 “음식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듯이 성에서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이를 통해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데 텐가는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AK&홍대에 마련된 텐가 팝업스토어는 내년 1월5일까지 문을 연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