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 물량 쿠팡의 위협받아, 강신호 '동맹' 네이버와 연합전선

▲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동맹군인 네이버와 협력을 통해 이커머스 물량 확대에 나선다.

[비즈니스포스트] CJ대한통운이 네이버와 협력을 통해 이커머스 물량 확대에 나선다. 

CJ대한통운은 강신호 대표이사가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세우면서 택배 물량이 감소했는데 풀필먼트 동맹군인 네이버와 힘을 모아 이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CJ대한통운과 네이버에 따르면 12월 중으로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를 시작한다.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는 네이버가 배송지 정보 등의 물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자에게 도착 보장일을 알려주고 CJ대한통운이 첨단 물류기술과 전국 인프라를 활용해 날짜에 맞춰 배송하는 서비스다.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는 상품 보관부터 배송까지 모든 물류 과정이 '원스톱'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당일 24시까지 주문한 상품도 다음날 바로 배송될 수 있다. 

특히 이 서비스는 대도시 등 특정 인구밀집지역이 아닌 전국 모든 권역에 적용된다. 도서산간 지역 등 지리적 제한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전국의 90% 이상 지역에서 주문 다음날 배송이 보장된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새벽배송,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면 CJ대한통운-네이버 연합군이 제공하는 배송일 보장 서비스의 적용 지역 범위가 훨씬 더 넓다. 

CJ대한통운이 네이버와 함께 풀필먼트사업 강화를 위해 협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풀필먼트는 전자상거래와 관련해 상품을 물류센터에 미리 들여놓은 다음 고객 주문부터 배송, 반품, 교환까지 처리하는 물류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10월 네이버와 3천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하며 네이버를 우군으로 삼았다. 이어 네이버는 2021년 이마트, 신세계와 각각 1500억 원, 1천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했다. 이로써 CJ대한통운은 네이버, 신세계와 '물류 동맹'을 맺은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CJ대한통운과 네이버는 올해 5월부터 육아용품, 생필품 등 일부 상품군을 중심으로 고객이 오전 10시까지 주문하면 당일에 배송하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 바 있다. 

이같은 네이버와 협력 강화는 CJ대한통운의 이커머스 물량을 확대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서 쿠팡과 점유율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풀필먼트를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물량은 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이 더 큰 택배 물량은 감소하고 있어 실적 만회가 절실하다. 

강 대표는 취임 이후 수익성 강화 전략을 세우고 수익성이 낮은 고객사의 택배 물량은 점차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의 올해 3분기 택배 물량은 4억1천만 박스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7% 감소했다. 

CJ대한통운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2021년 3분기 기준 48%에서 2022년 3분기 46%로 2%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수익성 개선은 아직 CJ대한통운 실적에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운영·투자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CJ대한통운의 올해 3분기 택배·이커머스 매출은 9141억 원, 영업이익은 416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매출은 2% 느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33.3% 감소했다. 

이는 인건비 상승과 간선차량 비용 증가, 풀필먼트센터 투자 등에 따른 고정비가 늘고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새로운 형태의 배송방식에 따른 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 물량 감소는 수익성이 낮은 고객사의 물량을 줄인 데 따른 것이다”며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신규 수주를 확대하고 택배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송 시스템을 갖춘 쿠팡의 자체 배송물량 증가가 CJ대한통운의 택배 물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자가물류를 갖춘 이커머스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기존 택배업체들의 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CJ대한통운이 저수익 고객을 줄인 효과에 더해 신규 설비를 가동한 기존 택배업계 경쟁사로 CJ대한통운의 물량이 더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쿠팡은 3분기에 CJ대한통운, 한진 등 일반 택배기업에 맡겼던 물량 일부를 자체 배송으로 돌렸다. 

CJ대한통운은 애초 쿠팡이 의존한 물량이 많지 않아 직접적인 물량 감소는 적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쿠팡이 자체 물량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풀필먼트사업도 확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CJ대한통운은 택배·이커머스사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쿠팡은 물류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세우고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사업을 할 수 있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인가를 취득하면서 택배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뒀다. 

강 대표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CJ대한통운의 수익성 강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택배노조의 파업, 택배운임 상승에 따른 물량 감소 등에도 CJ대한통운의 실적을 개선하는 성과를 내면서 올해 정기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