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나노 첫 스마트폰 고객은 구글, 픽셀8이 시스템반도체 시험대

▲ 삼성전자가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8에 탑재될 모바일 프로세서AP ‘텐서3’의 설계와 제조를 모두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구글과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8에 탑재될 모바일 프로세서(AP) ‘텐서3’의 설계와 제조를 모두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반도체 설계)사업부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의 모든 역량이 텐서3로 검증받게 되는 만큼 구글의 스마트폰 사업 안착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샘모바일 등 외신에 따르면 2023년 구글 픽셀8에 들어가는 AP 텐서3은 삼성전자LSI사업부가 개발한 AP ‘엑시노스2300’의 구글 맞춤형 버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최근 일부 매체에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엑시노스2300 개발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퀄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아카시 팔키왈라가 11월2일 콘퍼런스콜에서 “2023년에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23에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스냅드래곤이 이미 갤럭시S22의 75%에 탑재돼 있기 때문에 퀄컴 CFO의 발언을 사실상 갤럭시23에 스냅드래곤만 쓰인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개발을 완전히 그만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갤럭시S23에 탑재 비중이 줄어들고 엑시노스2300을 구글 ‘텐서3’ 개발에 활용하는 데 더 집중하는 등 방향성에 변화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IT매체 폰아레나는 “구글의 픽셀8 AP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2300 기반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텐서3의 코드명은 주마(Zuma)로 알려져 있으며 삼성과 구글은 함께 설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올해 출시한 엑시노스2200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갤럭시S22에 엑시노스 탑재 비중이 급격히 준 데 이어 갤럭시S23에 탑재되는 물량도 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LSI사업부는 픽셀8의 성공 여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3나노 성과도 구글에 달려있다.

텐서3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3나노 공정으로 제작되는 첫 모바일 프로세서(AP)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3년에는 애플의 A17 바이오닉칩이 TSMC의 3나노 공정으로 제조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TSMC의 3나노 기술력이 적나라하게 비교분석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구글이 TSMC-애플과 정면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구글이 기술격차를 줄이는 모습만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다른 고객들을 더 수월하게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구글 픽셀8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픽셀이 소비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구글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21년 말 기준 3% 수준에 불과하고 올해 10월에 내놓은 픽셀7도 삼성전자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과 비교하면 여전히 소수 매니아만 구매하는 스마트폰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픽셀7은 소비자들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구글이 앞으로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CNN은 “더 저렴한 가격에 아이폰14프로, 갤럭시S22울트라와 견줄 수 있는 카메라를 찾고 있다면 구글 픽셀7프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카메라는 훌륭하고 소프트웨어 경험은 놀랍고 디스플레이도 좋다”고 평가했다.

또 구글은 하드웨어 생태계 강화에 초점을 맞춰 2023년 스마트폰 판매량을 현재보다 2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의 주요 고객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구글은 픽셀 브랜드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으며 광범위한 이동통신사 입지를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특히 광고 캠페인과 새로운 NBA 파트너십을 통해 북미에서 픽셀 출하량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