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세 번째 해외순방, 이번엔 외교 논란 없이 성과 들고 돌아올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월11일 오후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뒤 세 번째 해외순방에 나섰다.

앞선 두 번의 해외순방에서 모두 ‘논란’이 발생하며 성과를 덮어버렸다. 이번 해외순방에서는 큰 잡음 없이 외교성과를 부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이태원참사 등 국내 정치적 여건이 안 좋은 상황 속에 떠난 순방길인 만큼 이번에도 외교적 논란이 발생하거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정치적 타격은 이전보다 더욱 클 것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11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했다. 4박6일로 계획된 이번 해외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한미일 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윤 대통령은 순방길에 오르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세안은 세계 5대 경제권이며 우리나라의 제2위 교역 대상이자 우리의 경제와 긴밀하게 연관된 지역”이라며 “여러 고민이 많았지만 우리의 국익과 미래가 걸려있는 중요한 외교 일정이라 참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9일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아세안 회의에서 윤석열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 구상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해외순방에서 윤 대통령이 경제외교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이 G20 회원국의 경제 리더가 모이는 B20(Business 20) 서밋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세일즈외교 △첨단산업의 공급망 강화 △디지털 파트너십 기반 구축 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해외순방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국가 정상들과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세안 및 다른 국가들과의 정상회담 일정이 나오지 않은 점을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정상회담도 성사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캐나다,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과 정상회담과 관련해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확정되지 않았으나 추가 정상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10일 출근길 문답에서 “몇 개 양자회담도 확정이 됐거나 진행 중”이라며 “다자회의에서의 양자회담은 미리 확정되는 경우도 있고 다자회의 진행 도중에 갑자기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거니와 검토가 되다 사정상 변경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는 이번 해외순방에서도 미국, 일본 등과의 관계에 외교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은 13일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갖는다. 별도로 한미 정상회담도 진행된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도발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순방기간 도중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한미일 3국 정상이 현장에서 함께 대응하는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자동차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정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나 긍정적 답변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중간선거 결과 관련 연설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에 관해 “타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내게는 거부권(veto)을 행사할 수 있는 펜이 있다”고 밝히며 공화당이 법률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 순방에 나서기 전부터 외신 기자들이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불허조치를 두고 비판을 쏟아내며 외교성과가 나오기 전에 실점부터 하고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미셸 리 기자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MBC의 전용기 탑승 금지를 트럼프의 백악관과 비교하고 있지만 내 기억과 뉴스 보도들에 따르면 트럼프의 백악관이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를 배제한 사례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국에 주재했던 영국 BBC의 로라 비커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당시 (한국을) ‘글로벌 중추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면서 “싫어하는 방송 취재진을 해외순방에서 배제하는 것이 정말 윤 대통령이 그려내고 싶었던 글로벌 이미지인가”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번 해외순방을 더 큰 논란 없이 마무리하는 일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서 두 번의 해외순방에서 일정 취소, 바이든과 48초 회담, 일본과 굴욕외교, 비속어 논란 등이 부각되며 평가가 좋지 못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6일부터 8일까지 진행한 윤 대통령 취임 100일 여론조사에서도 외교에 관한 부정평가가 55.7%로 긍정평가(37.0%)보다 높았다. 

이번 순방에서도 논란이 빚어진다면 이태원참사, MBC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등에 더해져 지지율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9월 윤 대통령은 두 번째 해외순방에서 발생했던 비속어 논란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고 우리의 국익과 경제 성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들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