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MIC 미국 반도체 규제로 실적에 직격타, 핵심 기술인력도 대거 이탈

▲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SMIC가 3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내며 4분기 실적에도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사진은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SMIC가 미국 정부의 규제 영향으로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앞으로 사업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SMIC는 기술 경쟁력을 갖춰내 미국의 제재에 맞서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지만 핵심 기술인력도 대거 회사를 떠나면서 갈수록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있다.

11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SMIC는 3분기 매출 19억1천만 달러, 순이익 4억7080만 달러를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5%, 순이익은 54%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블룸버그 등 외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수치다.

SMIC는 4분기 매출과 순이익도 모두 기존 예측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제시하며 미국 정부의 규제 영향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 정부가 최근 SMI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기업에 핵심 장비와 소프트웨어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며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SMIC는 미국의 제재로 사업 운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스마트폰 등 기기의 소비자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실적 감소를 이끄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다만 SMIC는 중장기 사업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올해 계획하고 있던 시설 투자 규모를 기존 50억 달러에서 66억 달러로 더욱 높여 내놓았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등 거시경제 측면의 악재에서 벗어나면 반도체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바라보고 고객사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 규제의 영향이 지속되는 데다 SMIC의 기술 경쟁력도 점차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최근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의 중국 반도체기업 취업 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SMIC에 여러 핵심 기술인력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반도체 설계기업 ARM 사장을 역임한 튜더 브라운이 미국 규제 적용 뒤 SMIC 이사직을 사임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혔다.

SMIC와 YMTC 등 중국 주요 반도체기업은 그동안 미국 출신의 엔지니어 또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중국인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인력이 미국 정부의 불이익을 우려해 대거 회사를 이탈하면서 중장기 기술 경쟁력 유지가 불안해졌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 규제는 중국 반도체산업에 값비싼 비용을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반도체를 넘어 전기차와 항공우주, 스마트폰 등 분야로 악영향이 퍼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SMIC는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노력에 핵심 기업으로 꼽혔다.

삼성전자와 TSMC가 현재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주력 공정으로 활용하고 있는 7나노 이하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 규제가 실적은 물론 미래 사업 경쟁력에도 직격타를 입히면서 SMIC가 중국 및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일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SMIC가 중국 군사당국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을 들어 국가 안보를 근거로 강경한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SMIC는 “새로운 제재 조치가 회사에 미칠 영향을 아직 파악해 나가고 있다”며 “협력사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