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주요 계열사 대표 임기만료 앞둬, 함영주 인사 스타일 주목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첫 임원인사에서 어떤 스타일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사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첫 번째 임원인사에서 어떤 인사 스타일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함 회장이 올해 3월 회장에 오른 뒤 조직이나 인사에 크게 손을 댄 적이 없어 아직 함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어떤지 가늠해보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금융권에 많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보통 2월 말에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내지만 올해 10년 만에 회장이 바뀌는 등 그룹의 경영상황이 크게 변화한 뒤 실시되는 첫 번째 임원인사인 만큼 미리부터 관심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그룹에서는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 권길주 하나카드 사장 등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은 지주 부회장도 겸직하고 있는데 부회장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평소 임직원들을 존중하고 덕을 베푸는 함 회장의 리더십 등에 비춰볼 때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주요 계열사 대표 역량에 한 번 더 신임을 보내고 호흡을 더 맞춰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금융권에서 은행장이나 계열사 대표가 2년 임기를 부여받고 1번 더 연임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함 회장으로서는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이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 

박성호 행장은 2021년 3월에 행장에 올라 아직 첫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이은형 부회장은 2020년 지주 부회장에 먼저 선임됐고 하나증권 대표에는 2021년 3월 올랐다.

권길주 하나카드 사장은 장경훈 전 하나카드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지난해 4월 하나카드에 구원투수로 투입됐고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각각 1년이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다른 관측도 나온다.

함 회장이 평소 온화한 리더십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일부 굵직한 경영 현안에서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줬던 만큼 ‘함영주 색채’를 담은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6월 새 비전을 선포하고 경영 혁신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룹의 경영 혁신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직접 손발이 잘 맞는 인사를 계열사 대표로 선임하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함 회장은 2030년을 바라보는 그룹의 새로운 비전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6월 발표했다. 하나금융그룹이 그룹의 비전을 바꾼 건 2014년 이후 8년 만으로 함 회장의 금융산업 인식과 혁신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의견이 금융권에서 나왔다. 

함 회장은 3월 취임 이후 불과 몇 개월 만에 금융지주 창립이후 처음 실시한 자사주 소각, 하나증권 출자 등 중요한 경영 현안에 결단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함 회장이 계열사 인사에서 변화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면 외부인사를 영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지털 전략이나 증권 사업 등은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로 금융권에서도 이 분야 외부 인재 영입이 활발하다. 

하나금융그룹은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외부인사 영입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지만 대대적 혁신을 위해 파격적 영입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이를 염두에 둔 인사를 고민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경영성적을 둔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이나 이은형 부회장은 경영성과에서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하나은행의 실적 성장세와 디지털 전환 작업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은형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나증권의 투자금융(IB) 역량 강화와 해외사업 확대를 이끌고 있다.

박 행장이 이끈 2년 동안 하나은행의 순이익 규모는 꾸준히 늘었다. 하나은행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조243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증가했다. 

하나증권은 증시 부진의 영향으로 올해 순이익이 뒷걸음질했으나 지난해 이은형 부회장 임기 첫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나증권은 2021년 순이익 5066억 원을 냈지만 올해는 증시전반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855억 원에 그쳤다.

권길주 하나카드 사장은 2년 동안 그룹과 하나카드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최근 실적이 감소한 점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