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사 조선업황 악화 이끄나, 한국 경쟁사 노려 LNG선 물량공세

▲ 중국 조선사들이 대규모 시설 투자로 업황 악화를 이끌어 한국 조선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및 LNG선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대형 조선사가 LNG(액화천연가스)수송선 생산 확대를 위해 잇따라 대규모 투자로 물량공세를 벌이면서 한국 조선사를 추격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도 LNG선 수요 증가를 기대해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지만 중국이 주도하는 업황 악화에 따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일 일본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조선사가 주도하는 LNG선 투자 물량공세가 이른 시일에 공급과잉을 이끌어 조선업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조선사들은 한국 상위 기업들에 맞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상황과 겹쳐 공급과잉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CSSC는 11월부터 중국 대련에 200억 위안(약 3조9천억 원)을 투자해 새 조선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완공 시기는 2024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국유기업 자오상쥐그룹이 이미 CSSC에 대형 LNG선 4척을 주문하며 사실상 중국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SSC 대련조선소는 그동안 주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생산에 주력해 왔는데 앞으로는 LNG선을 포함한 고부가 선박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CSSC 자회사인 후동중화조선소도 상하이에 180억 위안(약 3조5천억 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신규 조선소를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당 조선소는 이미 일본에서 80억 위안(약 1조5500억 원) 규모로 LNG선 6척을 수주했고 올해 수주 물량만 30척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세계 LNG수송선 시장에서 사실상 과점체제를 확보하고 있던 한국 주요 조선사들이 중국의 거센 물량공세와 수주 성과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닛케이아시아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사들이 지난해 세계에서 발주된 78척의 LNG선 가운데 68척을 수주했다는 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의 분석을 전했다.

하지만 중국 조선사들의 새 조선소 가동 시기가 임박하면서 수주 물량을 중국 경쟁사들에 빼앗기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중국 조선사들이 LNG선 생산을 위한 투자 확대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연가스에 에너지 수요를 크게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이 규제 등 영향으로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어려워지자 중동과 동남아 등 지역의 천연가스 수급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 특성상 해당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사들이려면 해상 운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LNG수송선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사도 일제히 수요 증가에 대비해 조선소 시설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 조선사들의 시설 투자 규모는 중국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크지 않은 수준으로 파악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조선사들이 LNG선 생산량을 무리하게 늘려 중장기적으로 조선업황 악화를 주도할 가능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LNG선 수요가 급증하면서 조선업황이 대규모 호황을 맞았던 2011년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시 중국 조선사들이 컨테이너선 및 벌크선 생산을 늘리고 가격 경쟁을 주도하면서 철강 등 원재료 가격 상승도 이끌어 공급과잉 및 업황 악화를 이끈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이른 시일에 해소돼 LNG선 수요가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는다면 공급 과잉이 발생할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번에도 중국 조선사들이 조선업황을 장기간 공급과잉 상태에 놓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2024년 이후 세계 조선시장 환경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