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년환경단체 '빅웨이브' 김민 “기후위기에 밥심으로 뭉쳤다"

▲ 빅웨이브 김민 공동대표(사진)가 인터뷰를 하면서 “청년은 탄소중립 문제 당사자”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인터뷰 전 인사를 하고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다. 펀치로 뚫어놓은 것 같은 작은 구멍이 있었다.

명함에 왜 구멍이 뚫려있냐고 물으니 구멍 속을 보면 각자 보이는 대상이 달라지기에 한 사람마다의 시선을 존중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좁고 작은 구멍 안에서 보이는 것은 물체의 일부였다. 기후변화 위기는 이미 심각한데 우리는 미래의 아주 일부만을 보고 대처에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명함을 준 사람은 김민 기후변화 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다. 사단법인 빅웨이브는 청년이 구심점이 돼 기후위기 대응을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다.

흥미롭게도 그들은 단체와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조직 내에서 한 사람마다의 성장스토리가 빅웨이브를 묶어주는 힘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빅웨이브는 어떤 단체인가?

“밥심으로 뭉친 청년 환경단체다.(웃음) 2016년 1월 기후위기에 관심있는 청년 열 명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꾸준히 밥을 먹던 모임에서 시작했다. 2년 동안 기후변화 쪽으로 활동하는 멘토들의 얘기를 듣는 간담회를 열어 얘기를 듣고 조금씩 조직을 키워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빅웨이브는 7년이란 시간이 흘러 230여 명이 활동하는 청년환경단체가 됐다.

모임이 결성된 계기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COP21) 체결이었다. 중요한 이슈인데 해외와 비교해봤을 때 국내 언론이 충분히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없겠느냔 마음으로 시작했다“

- 청년단체라면 청년만 들어갈 수 있나.

“아니다. 빅웨이브는 청년을 특정나이대로 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정의하는 청년은 ‘기후위기라는 문제에 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는 사람’이다. 10대 청소년들도 있고 40대 주부도 있다.

다만 직장인 비율이 높은 편인데 그 이유는 기후위기에 관한 사람들의 의식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직장인들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기업에서 환경 이슈에 관해 신경을 쓰기 시작하니 환경문제가 진짜로 자기 삶에 끼치는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또 코로나19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멤버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는데 코로나19 때 깨끗해지는 환경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고 말한 회원이 꽤 됐다.”

-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은 무엇인가.

“구성원들이 서로 만나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고 그 관계 속에서 삶이나 진로 방향을 찾아나가는 데서 의미를 느낀다. 빅웨이브는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단체다.

구성원 누구나 빅웨이브에서 사람들과 원활히 교류하고, 자신의 관심사를 탐색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만들어보고, 이를 빅웨이브 구성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유하고 확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종의 눈 굴리기(스노볼링) 과정이다.

대표적 예로 미술작가였던 멤버의 활동에 참여한 다른 멤버가 본인의 진로에 관해 영감을 얻고 환경교육기업을 창업했다. 이처럼 구성원들의 막연했던 관심사가 기후위기라는 문제와 함께 구체화되고 삶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  왜 한국 청년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주목해야한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어서다. 기후 문제는 미래세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2050년이면 지금 기성세대처럼 우리 세대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세대가 되는데,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왔고 결정을 해왔는지에 따라 사회모습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지금 청년들의 삶이 팍팍하고 어렵긴 하지만, 기후위기는 당장 청년들의 문제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여름에 태풍으로 강남역에 홍수가 나서 난리가 났을 때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이 돌아가신 게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비단 청년뿐만 아니라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 취업이나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도 기후변화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기후위기는 일자리나 자산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공대에서 취업이 잘되는 과를 ‘전화기(전기전자, 화학공학, 기계공학)’라고 불렀다. 즉 우리나라 주력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전공들이 유망전공들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력산업들을 보면 제조업들이 많고 이 기업들은 탄소배출이 많다. 그런데 그런 기업들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비 피해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된 것이 아직까지 복구되고 있다고 들었다.

또 이들은 기업을 운영하게 되면 자연히 탄소배출을 할 수밖에 없는데 탄소를 줄여야 한다. 탄소를 잘 줄이지 못한다면 산업들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기업들이 청년들에게 일자리 방향에 관해 잘 제시하지 못하면 앞으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불투명하다. 기후위기 때문에 입사 후 일자리를 잃는 청년들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단체를 꾸리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정부 등 외부에서 단체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을 때 좌절감이 컸다. 지난해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는데 그 당시 청년층을 대표하는 위원들이 모여 열심히 제안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요청한 대부분의 간담회에서는 우리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보다 우리랑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사실만 남는다. 그래서 활동을 하다보면 가끔 청년단체가 정부 정책의 좋은 액세서리가 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

그만큼 청년들의 목소리는 제도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 물론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려움은 컸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업인들이 많이 읽는 매체라고 들었다. 기업에도 기후위기가 현재의 문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비 피해로 포스코 제철소를 복구하는 데 하루 일당이 120만 원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기업입장에서는 비용이다. 분명 기후위기 때문에 기업들에 피해가 가고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탄소중립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한다든지 기후 악당으로 낙인찍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환경에 관심을 가진 신입사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및 문화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직장인들 중에서는 “우리는 밖에서는 ESG를 외치면서 안에서는 일회용품을 써요”라거나 “우리 회사는 돈 버는 거에만 관심 있고 환경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회원들이 있다.

이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주시기를 기대한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