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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프리즘] 중국시장 바로보기 - 샤오미가 ‘대륙의 실수’라고?

이태희 newsarmy@gmail.com 2022-10-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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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프리즘] 중국시장 바로보기 -  샤오미가 ‘대륙의 실수’라고?

▲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쇼핑몰 거리. < AFP >

한국 기업인들에게 비친 중국과 중국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위한 중국향 디지털마케팅 사업을 하면서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필자가 만나본 상당수의 한국 기업인들에게 중국시장은 기대와 공포, 무지가 뒤섞여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곳으로 보인다. 가고는 싶은데 겁은 나고, ‘꽌시’의 도움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든 나라라는 고정관념은 기본이다.

사드(THAAD)사태의 후폭풍으로 중국시장에 철수한 롯데를 비롯한 무수한 기업들의 굴욕적인 실패 사례들과 함께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중국 시장에서 떼돈을 벌었던 한국의 화장품 회사 등 수많은 성공신화가 공존하는 그런 혼돈스러운 곳이리라.

하지만 인구 14억 명에 달하고, 지난해 경제규모가 114조4천억 위안(한화 약 2경1,755조 원)으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국가, 1만2400달러에 달하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으로 세계은행이 정한 고소득 국가(1만2700달러 이상)에 근접한 이 매력적인 시장을 도저히 놓칠 수 없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는 “우리 제품력이 최고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무조건 통한다”라는 것이다. 이 논리는 바로 “제품을 싸게 공급해 줄 테니 중국에서 팔아 달라”는 제안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업인들의 중국에 대한 편견과 무지의 시스템이 작동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 작심하고 쓰고자 하는 주제가 바로 ‘중국시장 바로 알기’ 또는 ‘중국시장 이해하기’이다.

물론 사업규모가 제법 있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의 경우는 꼼꼼하게 중국시장을 연구하며 기회를 노리는 경우도 있지만 막연한 자신감에 기대는 기업과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논리의 기저에는 무의식적으로 “중국제품은 아직 우리에게 안 돼” 또는 “중국제품은 믿을 수 없잖아. 아직은 우리가 한 수 위지”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마치 정부 차원에서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어도 한국을 이기지 못하는 중국의 축구대표팀을 보는 시선으로 중국 시장과 중국 제품을 본다. 기업인들뿐 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중국을 보는 시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필자 역시도 중국 사업을 하기 전까지는 마찬가지였다.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 미국 유학시절인 2005년 어느날 이른 아침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중국인 친구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연구실에 있던 나를 찾아왔다. 그는 대뜸 손에 든 신문을 내밀며 기사를 보았냐고 했다. 중국이 선저우6호를 쏘아올려 유인우주비행에 성공했다는 기사였다.

득의만만한 표정의 중국 친구를 보며 나는 속으로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으면, 그동안 얼마나 한국이 배가 아팠으면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흥분해서 달려왔을까’라고 혀를 찼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는 미국 최대의 전자제품 체인인 베스트바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백색가전 제품들이 진열장의 맨 앞 자리에 배치되기 시작한 시기이다. 그때는 그랬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싼 노동력에 기대어 이쑤시개부터 신발까지 저가품을 세계에 공급하던 중국, 기술이나 제품으로는 별달리 내세울 것이 없었던 나라였다.

아무튼 뭔가 자랑거리를 찾아냈다고 달려오던 중국 친구의 모습은 필자에게도 중국 사업을 하기 전까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준 사건으로 오랫동안 자리잡았다. 사실 세계 3번째로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린 항공우주 기술력은 그때도 정말 감탄할 만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왜 나는 이를 자랑하는 중국친구를 보며 코웃음을 쳤는지 지금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세월이 흘러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1992년 64억 달러이던 대중 교역은 지난해 3천억 달러가 넘어 47배로 성장했고, 중국은 우리나라의 첫 번째 교역 대상국이 되었다. 우리도 큰 걸음으로 성장했지만 중국은 거의 달리기를 하듯 고속성장했다. 이제는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고, 지금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중관계도 변하고 있다. 30년간 흑자기조를 유지하며 우리 경제의 화수분 역할을 했던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달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번 달 다시 적자로 전환할 분위기이다. 물론 섣부른 예단일 수도 있으나 양국간의 경제협력의 구조가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한마디로 대규모 대중 무역흑자시대가 구조적으로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상황을 냉정히 들여다보자. 한때 삼성전자 휴대폰의 17%가 만들어졌다는 후이저우 공장은 2019년 문을 닫았고, 삼성 휴대폰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 대에 불과하다. 히트상품인 갤럭시 폴더블의 신제품 효과로 다소 회복된 수치라고 한다. 현대·기아차 역시 중국시장 점유율이 양사 합해 지난해 1.7%에 불과할 정도로 고전 중이다.
 
[비즈 프리즘] 중국시장 바로보기 -  샤오미가 ‘대륙의 실수’라고?

▲ 중국 화장품업체 프로야의 제품 이미지.

심지어 중국 시장에서 한국 소비재의 자존심을 지켜줬던 화장품 브랜드들 역시 최근들어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광군제에 이어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쇼핑축제라고 할 ‘6.18 쇼핑데이’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매출액 상위 10위권에 단 한 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간 중국 시장을 휩쓸었던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 ‘후’ 등 한국 브랜드들이 밀려난 자리를 로레알, 에스티로더, 랑콤 등과 같은 서구의 명품브랜드와 프로야 등 중국 본토 브랜드들이 나눠 가졌다.

혹자는 2016년 사드논란으로 인한 반한감정과 이와 맞물린 한한령, 나아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애국소비(궈차오풍,囯潮风) 등을 한국 브랜드가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꼽는다. 물론 그런 측면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그것이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한국 제품과 브랜드가 중국에서 더 이상 핫(hot)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중국이 우리보다 더 빨리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10년만 봐도 중국은 연 7~8% 대의 고속성장을 해왔고, 우리는 2%대의 성장을 해왔다. 성장의 속도가 다르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속도도 당연히 가속화됐다. 해외 기술들을 ‘베끼기’ 했든, 해외인재를 고가에 스카우트했든, 엄청난 투자를 쏟아 부었든 빠른 속도로 한국 회사와 브랜드들을 턱밑까지 추격했고, 일부 분야는 이미 추월했다는 것이다.

마치 예전에 우리가 일본을 빠른 속도로 추격해 많은 부분에서 역전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처럼, 중국 제품들이 빠르게 경쟁력을 키워서 한국 브랜드들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과거 선망의 대상이었던 일본의 전자제품들이 한국시장에서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춘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혹자는 그래도 한국 제품들이 기술력이나 품질 면에서는 아직은 중국보다 낫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아마도 그런 상품들이 아직은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성비를 따져보면 어떨까. 만약 중국 브랜드 제품들이 한국제품의 90% 성능인데 가격은 절반이라면? 아니면, 디자인이 조금 떨어지지만 성능은 동일하고 가격이 훨씬 싸다면? 아니면, 중국 제품이 성능도 우수한데 가격마저 싸다면? 

한국의 소비자들이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중국의 소비자들도 ‘스마트한 소비’라면 우리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특히 개성이 강한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신뢰성과 평판, 특징 등을 샤오홍수 등 SNS 플랫폼에서 꼼꼼히 챙긴 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가격 비교를 통해 구매를 한다.

그들은 이전 세대보다 해외 유명브랜드를 맹목적으로 선호하지도 않지만, 가성비 비교, 전문가 및 KOL, 지인 평가 등을 고려해 구매결정을 하기 때문에 중국브랜드에 대해서도 오픈마인드이다. 이들의 선택지가 어디로 갈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중국의 화장품 업체인 상매이그룹(上海上美)은 고가의 한국 화장품에 비해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승부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한국 짝퉁 이미지가 있지만 한국 제품에 비해 훨씬 저렴한 반면 품질은 고객들이 한국제품인 줄 착각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또 다른 화장품업체인 화시쯔(花西子)는 지난해 대륙을 넘어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로레알 등 해외브랜드들이 주도하는 색조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어 중국풍의 이미지와 공격적인 왕홍 마케팅으로 3년만에 중국 색조 화장품 1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중국의 IT기업인 샤오미도 널리 알려진 가성비로 승부보는 기업이다. 샤오미는 타사 제품에 비해 동일한 용량과 스펙에 절반 이하의 가격,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지닌 제품들로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보조배터리에서부터 스마트밴드, 스마트 체중계, 공기청정기, 스마트폰까지 소위 ‘대륙의 실수’ 시리즈라 불리는 다양한 제품군들을 히트시켰다. 처음에는 ‘짝퉁 애플’로 불리며 비아냥을 사기도 했지만 곧 중국뿐 아니라 한국시장에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가성비 갑의 전자제품’으로 자리잡았다.
 
[비즈 프리즘] 중국시장 바로보기 -  샤오미가 ‘대륙의 실수’라고?

▲ 샤오미 공기청정기와 스마트폰 홍보용 이미지.

아마도 ‘대륙의 실수’라는 표현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광고카피일 것이다. 샤오미코리아의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카피에는 우리가 중국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중국의 IT 수준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의외의 제품이 나온 것은 일종의 (중국기업의)실수라는 반어법적인 표현이다. 한마디로 중국과 중국기업을 눈 아래로 보는 것이다. 마치 ‘우리제품은 중국에서 무조건 통한다’와 논리적으로 동일선상에 있다. 나는 샤오미 제품들을 ‘대륙의 실수’라고 부르는 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반도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도 20~30년 전의 시각으로 중국을 본다. 중국은 변했는데 중국시장과 제품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이 만든 고품질의 제품을 저품질 저가품의 나라인 중국으로 가져가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우선 중국은 더이상 저품질 저가품의 나라가 아니다. 중국은 제조업을 넘어서 IT분야에서도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가진 나라 중의 하나이다. 특히 AI 분야 원천기술에서는 미국이 앞서지만 응용분야에서는 미국을 압도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역시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의 성장을 막기 위한 야기한 기술 전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비재 분야에서도 빠르게 실력을 키우고 있다.

또한 중국시장은 전세계의 최고 경쟁력을 지닌 브랜드와 제품들이 자웅을 겨루는 경연장이다. KFC에서 두유와 콘지(congee)를 팔고, 스타벅스에서 중국향의 차를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와 제품들은 이러한 글로벌 제품들과 내수시장에서 싸우며 근성과 실력을 키워왔다.

우리 기업들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정도의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싼 가격에 제공하지 못하면, 즉 중국 또는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보다 품질과 가격이 모두 좋지 않다면 중국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중국제품들도 이 조건을 충족시킬 때에만 시장에서 살아남는 치열한 경쟁시장이다. 가격과 품질, 디자인 등 우리 제품의 종합적인 경쟁력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막연하게 중국시장에 달려들면 성공하기 어렵다.

코로나로 몇 년간 움츠렸던 중국시장은 곧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도 거의 사라졌다. 중국은 당대회 폐막 직후 외국기업 투자 촉진책을 발표하는 등 개혁개방에 대한 후퇴우려를 불식시키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코로나로 인해 잠가버린 빗장을 다시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많은 한국의 브랜드들은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리라. 하지만 중국은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절대 중국시장을 쉽게 생각하지 말고 정교하게 시장에 진입할 전략을 준비하자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중국시장과 중국제품에 대한 시각교정이다. 중국시장을 어떻게 뚫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중국 시장의 특징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이태희 CUE코리아 대표
대학졸업 후 30년간 언론(한국일보)과 공무원(방송통신위원회), 국제기구(TEIN), 글로벌 기업(마이크로소프트) 등 공공과 민간의 영역을 넘나들며 사회의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해왔다. 2020년부터 글로벌 마케팅·테크놀로지 기업인 CUE Group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변화의 지향-사상의 자유시장과 인터넷의 미래'(나남, 2010)이 있으며, 몇 권의 공저와 학술논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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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식 |  2022-10-28 15: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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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시절부터 심도있는 취재와 명쾌한 기사로 유명하신 이태희 기자님의 칼럼을 오래간만에 접하니 반갑습니다. 여전히 번뜩이는 혜안으로 핵심을 짚어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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