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LB(에이치엘비)그룹이 신약개발뿐 아니라 의료기기 생산·판매 등을 뼈대로 하는 헬스케어사업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들고 리스크도 큰 신약개발과 달리 헬스케어사업은 당장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사업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어 향후 신약개발과 함께 HLB그룹을 지탱할 기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HLB그룹 매출 '효자' 헬스케어사업, 투자 확대로 결실 늘린다

▲ HLB그룹이 헬스케어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HLB 헬스케어사업부 본사.


21일 HLB에 따르면 12월 초 구주주 청약이 시작되는 3256억 원 규모 유상증자로 모집하는 자금 중 약 300억 원을 헬스케어사업부 신공장 건설을 위한 예산으로 투입한다.

현재 헬스케어사업부는 세종에서 면봉과 1회용 알콜솜(스왑)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신공장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지어진다. 2023년 6월 착공, 2024년 6월 준공이 목표다.

신공장에는 연구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나노 소자를 활용한 원천기술 등 첨단 진단기술을 연구해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남윤제 HLB 헬스케어사업부 사장은 앞서 2월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헬스케어사업부의 중장기적 목표는 치료가 아닌 질병 예방을 위해 자가진단이 가능한 면역 진단용 키트를 개발해 진단전문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다”며 ‘코로나19 특수’에 구애받지 않는 성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300억 원 규모 투자는 신약 임상과 마케팅 등에 사용되는 금액에 비하면 크지 않다. HLB는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가운데 약 2800억 원을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와 이뮤노믹테라퓨틱스에 지원한다. 항암제 ‘리보세라닙’, 교모세포종 치료제 ‘ITI-1000’을 비롯한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만 비교적 작은 투자라도 실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수준일 수 있다. 헬스케어사업부가 현재 HLB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사업부의 전신은 체외진단의료기기업체 에프에이로 지난해 HLB에 인수됐다. 에프에이는 코로나19로 검체체취용 도구 수요가 급증한 데 힘입어 매출이 2018년 87억 원에서 2020년 619억 원, 2021년 1200억 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런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헬스케어사업부는 상반기에 이미 매출 1024억 원을 거둬 HLB 전체 연결 매출의 83%가량을 차지했다. 신공장 건설로 매출 기여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HLB그룹 계열사인 HLB생명과학도 헬스케어에 투자해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7월 체외진단의료기기업체 에임을 인수한 뒤 10월 초 합병을 마치고 메디케어사업부로 새롭게 출범했다.

메디케어사업부는 체외진단의료기기 구성품 개발 및 완제품 위탁생산에 특화한 전문기업으로 애보트, 로슈,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대형 진단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HLB 헬스케어사업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매출은 2020년 965억 원에서 2021년 1669억 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7억 원에서 422억 원으로 급증했다.

HLB생명과학은 리보세라닙의 국내 개발 등 제약바이오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영업적자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메디케어사업부 합류로 수익성 개선의 기틀을 잡을 수 있게 됐다. 

HLB그룹은 HLB 헬스케어사업부와 HLB생명과학 메디케어사업부가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감염병 주기가 짧아질 것으로 예상돼 진단키트시장이 계속 확대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HLB그룹 관계자는 “HLB, HLB생명과학의 체외진단의료기기사업 확대는 신약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금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실제 먼저 인수를 완료한 HLB 헬스케어사업부의 경우 상반기 폭발적인 매출 및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HLB 헬스케어사업부와 HLB생명과학 메디케어사업부는 밀접한 협력을 통해 코로나 이외에 각종 감염증에 대한 진단키트 개발에 나설 것이다”고 덧붙였다. 임한솔 기자